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대는 남루(襤褸)한 누더기를 걸치고 어찌하여 마치 미친 사람처럼 내 퇴근길을 막고 그리 죽을 짓을 하였는가?”

삼용은 대답은 하려 하지 않고 허겁지겁 영의정(領議政)이 채워준 술잔을 들고 단숨에 꿀꺽꿀꺽 마셔버리는 것이었다.

“아! 맛나다!”

삼용이 입맛은 쩝! 다시며 혀를 빨며 말했다.

“그래! 한잔 더 받게나!”

영의정이 다시 술 한잔을 채워주었다. 삼용은 술잔을 든 채로 벌컥벌컥 바로 마셔 버렸다.

“아! 맛나다!”

삼용이 또 혀를 빨며 말했다.

“그래! 한잔 더 받게나!”

영의정이 다시 또 한잔을 채워주었다. 삼용은 또 술잔이 채워지기 무섭게 술 한잔을 벌컥벌컥 마셔버리는 것이었다.

“으음! 삼배주음(三盃酒飮)이니 일주음(一酒飮)은 있어야 주예(酒禮)가 아닌가?”

영의정이 빈 술잔을 바라보며 쩝!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세잔 연이어 받아 마셨으니 적어도 한잔은 상대에게 주어야 술을 마시는 예도(禮道)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영의정 나리! 본시 천하예도(天下禮道)를 모르는 자인데 주예(酒禮)인들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삼용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영의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흠, 그래! 자네에게 한 수 배워 보겠네! 자네가 말하는 천하예도는 무엇인가?”

영의정이 말했다. 삼용이 영의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으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영의정 나리 같은 분이 정치(政治)를 잘못하기에 이렇게 소인 같은 무리가 누더기를 걸치고 날마다 거리는 헤매는 것이지요. 정치를 잘하신다면 어찌 소인 같은 자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로 이런 누더기를 걸쳐 입고 대낮에 거리를 헤매겠습니까? 그것은 모두 이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이며 영의정 나리의 책임인 것을 아시나이까?”

“허! 허흠, 그, 그래! 다들 열심히 잘 사는데 간간이 너 같은 자가 있는데, 그것을 어찌하란 말이냐?”

영의정이 말했다.

“영의정 나리! 본시 하늘이 햇볕이나 비를 내릴 때는 모든 만물(萬物)에게 선악(善惡)과 호불호(好不好)를 따져 가리지 않고 공평(公平)하게 내리는 것인데, 저 같은 자들만 골라 특별(特別)하게 가려 무시(無視)하신다면 어찌 그것을 순종(順從)하여 따를 수 있는 정치(政治)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정치라면 마땅히 없어져야 할 것이 아닙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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