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 차장대우)

 

정유진 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 차장대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후원사로부터 금품수수 혐의(배임수재)를 받으면서 야구계와 팬들이 충격에 빠졌다.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KIA 타이거즈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각각 1억원대와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전 단장은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포수 박동원(LG 트윈스)과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KIA 타이거즈 구단은 28일 김 전 감독의 직무를 정지한 데 이어 29일 계약을 해지했다.

김 전 감독은 1983년 경기 중 심판을 폭행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고(故) 김진영 감독에 이어 현직 프로야구 감독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구속될 뻔했다. 구속을 면한 상태에서 혐의 유무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지만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불명예는 남았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구단에서 ‘검은 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논란이 됐다. 김 감독이 이끈 KIA는 FA 최대어 나성범 영입 등 상위 전력을 갖췄지만 2022시즌 5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했고, 2023시즌에는 6위로 가을야구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에 일부 팬들은 김 감독의 경기 운영에 불만을 갖고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타이거즈 순혈이자 학연 인사 의혹을 받았던 김 감독의 선임은 대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최근 감독, 단장 인사에서 고려대 출신 인물을 거듭 기용하며 ‘학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KIA는 ‘체질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프로야구는 그동안 병역 비리, 승패 조작 등 야구인 선후배의 연결고리를 내세운 ‘검은 유혹’에 늘 노출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야구계 전체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지만 구성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새 시즌을 앞둔 KIA는 당장 분위기 수습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즌 개막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장을 잃은 선수단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스프링캠프를 위해 떠났다. 불명예를 안고 퇴장한 만큼 차기 감독 선임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포츠계의 도덕성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쇄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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