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내장을 사용하지 않아 시원함 자랑
국밥 2인분 주문하면 수육 한 접시 ‘덤’
지역에서 생산한 순수 국내산 재료 사용

깔끔한 맛이 일품인 순천 웃장 국밥. 국밥 2인분을 주문하면 수육 한 접시는 ‘덤’으로 나온다/장봉현 기자

국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서민음식이다. 오랜 외국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고향의 맛, 한국의 정취라고들 한다. 국밥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이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국밥은 특별한 소울 푸드(soul food)다. 우리의 정서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국민 음식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밥상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소박하고 맛있는 한 그릇의 국물 요리가 모두 국밥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린 그렇게들 오래전부터 국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곰탕, 설렁탕, 해장국,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돼지국밥, 콩나물국밥 등 이렇게 많은 국밥도 제각각 천차만별 다양한 맛과 재료로 입맛을 유혹한다.

한국은 지금 국밥 전성시대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맛과 정을 동시에 달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남 순천 웃장 국밥거리다.

순천 웃장은 1920년 조성된 전통시장이다. 이곳에 들어선 20여 곳의 국밥집은 국내 최대 규모의 국밥거리로 특화돼 있다. 선술집 형태의 국밥집으로 운영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순천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제일식당과 향촌식당, 쌍암식당, 황전식당, 순복식당, 백가네 등 입소문을 타는 식당이 여럿이다. 가격과 메뉴는 거의 같다. 맛집 블로거들의 평가를 보면 맛이 거의 비슷하다 보니 국물맛과 기본찬, 친절, 청결도 등으로 평가가 갈리기도 한다.
 

순천 웃장 국밥거리/장봉현 기자

웃장 국밥은 돼지국밥이다. 돼지국밥이라고 하면 특유의 잡내가 나지 않을까 하겠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된다. 이곳 국밥은 텁텁함이 아닌 깔끔한 맛으로 애주가들 속풀이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웃장 국밥은 일반 국밥과 달리 ‘돼지내장’을 사용하지 않고 ‘삶은 돼지머리’에서 발라낸 살코기와 콩나물을 재료로 사용해 그 국물 맛이 맑고 담백한 동시에 깊은 맛을 자랑한다.

이곳 식당들은 새벽 일찍 나와 국을 끓여 이른 아침부터 손님을 받는다. 그렇게 수십 년 국밥을 끓여냈다고 하니 이들의 내공은 가히 달인급이라고 할 만하다. 깔끔한 국물 맛의 비결을 물으면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재료와 손맛이다’는 답이 돌아온다. 집집마다 버섯과 인삼 등 국물을 내는 재료가 약간은 다르지만 깊고 개운한 맛은 비슷하다.

웃장 국밥의 매력은 무엇보다 맛과 인심이다. 재료값 인상으로 가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음에도 뚝배기에 담은 한 그릇이 8천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국밥 2인분을 주문하면 순대와 수육 한 접시가 덤이다.

국밥을 주문하면 먼저 고추와 양파, 초장, 쌈장, 새우젓, 김치, 깍두기가 기본찬으로 나온다. 국밥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갑자기 뜨거운 물에 데친 배추, 부추와 함께 푸짐한 수육과 순대 한 접시를 내놓는다. 이 상황에서 많은 손님들이 “이거 주문 안 했는데요”라며 의아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짜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국밥집 메뉴에서 가장 비싼 음식은 수육이다. 메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수육을 공짜로 내어주니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서비스 수육일지라도 돼지머리에서 가장 좋은 뒷덜미 목살과 항정살이다. 게다가 푹 삶아 부들부들한 맛은 손님들을 감동시킨다.

뜨끈하고 진한 국물에 쌀밥, 그리고 부드러운 고기가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구성의 웃장 국밥을 먹다보면 한 그릇이 뚝딱 없어지는 마법이 펼쳐진다. 시원한 국물의 국밥 한 그릇에 수육까지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래서인지 웃장 국밥집은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외지인부터 동네 주민들까지 손님들로 북적인다. 오후에는 식사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는 손님들도 많다.

이런 맛과 인심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알려져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식객 허영만, 인요한 박사, 이준석 국민의 힘 전 대표를 비롯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주말이면 전국에서 관광차를 대절해 올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순천시는 개운한 맛과 푸근한 인심을 함께 식탁에 올리는 전국 유일의 웃장 국밥의 진수를 알리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9월 8일을 전국 처음으로 ‘국밥 축제’를 열고 있다. 9(구)와 8(팔)의 어울림 발음을 착안해 9월 8일을 국밥데이(날)로 지정한 것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남도일보는 ‘남도 맛집’ 취재와 관련, 어떤 광고를 요구하거나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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