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음식도 먹고 우리 음악인 국악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곳. 광주시 동구 대의동에 위치한 민속음식점 ‘무학골’.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면 식당 벽 한쪽에 걸린 커다란 사진액자가 눈에 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춤을 추고 있는 남자무용수의 모습이다. 누구의 사진인지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무학골의 주인 이재량씨(54)다.
식당을 운영하고 이씨는 70년대 부터 무용을 해 온 전문 국악인이다. 전공은 무용이지만 장구와 함께 소리도 할 줄 안다. 현재도 가톨릭국악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악원에서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하다.
이씨 뿐 아니라, 모든 음식을 도맡아 요리를 하고 있는 안주인 구경숙씨(50) 역시 가야금을 배워 가끔 연주를 하고 있으며, 두 딸 역시 대금과 아쟁을 전공하고 있는 명실공히 국악인 가족이다. 저녁시간대 식당에 찾아오면 시원한 동동주 한 잔과 함께 이씨의 훨훨 날으는 듯한 무용을 감상할 수 있다.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있는 이씨는 “우리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우리 가락을 들을 수 있는 자리는 보기 드물 것”이라며 “늦은 밤까지 식당영업을 하며 무용을 한다는게 쉽지 않지만 손님들과 우리 것을 나눈다는 생각에 엔돌핀이 솟는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민속음식이면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 내는 무학골에서는 청국장을 비롯, 보리밥 정식, 병어·갈치조림, 삼합, 간재미 회무침, 생태탕 등이 인기 메뉴들이다.
이 가운데 특별히 소개할 요리는 ‘간재미 회무침’. 젊은 사람들 중에는 간재미가 무슨 음식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듯 하다. 가자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붙이자면, 가오리와 모양은 비슷하나 가오리 보다 입이 짧고 등은 검고, 배는 하얀 생선이다. 예로부터 진도의 토속 음식으로 애용돼 왔으며 초가을에서 이른 봄 까지가 제철로, 회나 탕, 찜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무학골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진도 서천 간재미다. 진도가 고향인 이씨는 7년전부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진도에서 싱싱한 간재미를 직접 받아 사용하고 있다.
간재미는 신문지 위에 얹어놓고 비벼 미끄러운 곱을 제거한다. 물로 씻으면 곱도 잘 닦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더 미끈거리기만 한다. 잘 닦아냈으면 안쪽으로 뒤집어서 가운데 입을 기준으로 ‘ㄷ’자로 도려내 내장을 꺼낸후 고기결을 거슬러 포를 뜬다. 꼬리쪽에는 딱딱한 뼈가 있어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도지역에서는 칼등으로 잘게 두드려 오돌오돌 씹어먹기도 한다.
포뜬 고기는 막걸리로 씻어낸다. 이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빨래 빨듯 막걸리에 빨아서 미끄러운 곱을 없앤다. 막걸리 속에 들어있는 유기산이 생선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고깃살이 풀어지지 않고 꼬들꼬들하고 쫄깃한 생선살을 유지시켜 준다. 이때도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물로 씻으면 살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이다.
포를 뜬 간재미는 마늘 다진 양념과 미나리, 무, 고추장, 고추가루, 참기름, 식초 등을 넣고 잘 버무려 낸다. 새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무학골표’ 간재미 회무침 완성이다.
술 안주에 제격일 뿐 아니라 밥과 먹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없을 정도로 기막힌 맛을 선사한다.
간재미와 궁합이 잘 맞는 약주가 있으니, 바로 동동주다. 화순 백아산 동동주와 간재미회무침 한 접시면 날이 새는줄 모르고 늦은 밤까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학골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 ‘삼합’. 싱싱한 홍어와 푹 고아낸 돼지고기, 잘 익은 묵은김치와 함께 먹는 홍삼합도 동동주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점심시간에는 청국장 백반이 최고 인기다. 여름철에는 보리밥 정식을 주 메뉴로 제공하는데, 겨울철에는 청국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구씨가 손수 만든 갖가지 나물들이 식탁 위에 차례로 자리를 잡는다. 시금치 나물을 비롯해 콩나물 무침, 무해파리, 버섯호박나물, 곰밤부리 나물, 미역무침, 고사리 나물, 세로로 길게 큼지막하게 썰어놓은 동치미, 멸치볶음, 배추나물, 김치 등 10가지가 족히 넘는 반찬들이다.
무학골에서는 식사후 우리 차도 대접하는데 매실차와 모과차, 유자차 등 구씨가 직접 담아 저장한 것들이다.
간재미회무침은 3∼4명이 먹을 수 있는 1접시에 2만원, 삼합 역시 2만원이다. 동동주는 5천원. 식당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며 주차는 식당 맞은편의 대의주차타워에 1시간 무료 주차할 수 있다. (문의, 062-224-9210, 228-8495)
글/이보람 기자 white4@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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