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진석 중·서부취재본부 차장

정말 허탈하다. 또 한편으로 수년 묵은 개인적 궁금증이 대충은 해소될 것 같아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기도 하다.

지난 주 최근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 참사 사고를 비롯해 수년전부터 조합 내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수사해 오던 광주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간부의 구속 소식에 따른 내 감정의 변화들이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 사고는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안타까운 대형 사고가 있기 전부터 이를 알리는 전조증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서다. 다만 이를 알리려는 목소리가 적었을 뿐. 그래서 학동 4구역 재개발에 문제점을 지적해 온 분들은 더욱 경찰에 대한 수사가 절실했다.

사실 필자인 나 역시 지난 2019년부터 이 작은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기 위한 온갖 노력을 해왔다. 학동 4구역 재개발 조합장 불법 선거 의혹, OS요원 선거부정 동원 의혹, 학동 4구역 내 분양권 확보를 위한 지분 쪼개기 논란이 불거진 주택(636-11번지) 의혹 등 그 당시 제기된 문제는 빼지 않고 기사로 옮겨 담았다. 경찰이 이 의혹을 온전히 해소해 주겠지 하는 믿음도 확고했다.

그런데 분명 문제가 있고, 증거도 너무 명백한데 수사에 중심에 선 인물들에 대한 조사는 생각 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가 일부 조합원들이 경찰에 조사상황을 묻는 질문에 “조사 중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 뿐 더이상 진척은 없었다. 그렇게 흐지부지 됐다. 수사가 안되는 상황이 정말 납득이 안됐다. 벽이었다.

이번에 구속된 경찰은 당시 관련 수사를 전담해 온 인물. 그럼에도 학동 4구역 내 일부 조합원들은 해당 경찰에게 조합 내 비리문제를 꾸준히 제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가닥 믿음 때문이다. 학동 4구역 조합장과 그의 측근들이 연루된 ‘동구 지산동 재개발 지분쪼개기 의혹’도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제기했다는 것. 학동 4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조합 일부 간부들 간 이뤄진 여러 수상한 움직임들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종합하면 철거 붕괴 사고 이전 경찰은 조합 내부에 팽배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거나 최소 인지정도는 하고 있었단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당시엔 어김없이 묵살됐다. 이는 이번에 구속된 경찰 간부에게 부여된 주요 혐의다.

현재 철거붕괴 참사 이후 위에서 언급한 의혹들은 거의 사실로 드러나서다.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지역 여론에선 자꾸 학동 4구역 철거 붕괴 문제 몸통으로 문흥식씨로 지목한다. 이쯤 되면 몸통 타이틀을 경찰에게 넘겨 줘도 될 듯 싶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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