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선사에 5천억 과징금 예고…여수광양항 업계 촉각

선사들 “정기선 공동행위 해운법 근거” 강력 반발

공정위 한중·한일 노선도 조사, 2조원 과징금 예측

중소·중견 선사 줄도산 가능성…국회도 철회 촉구

여수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전경./남도일보DB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12개 컨테이너 선사에 5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면서 여수광양항 해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수광양항의 경우 가뜩이나 정기선이 부족한데 과징금이 확정되면 하역료 인상, 정기선 축소 등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에서 한중, 한일 노선에 대한 추가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2조원 규모의 추가 과징금이 부과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선사들이 동남아 항로에서 해상운임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국내선사 12곳에 약 5천억 원, 외국선사 11곳에 약 3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인가한 바 없고 해운법이 정하는 절차를 충족하지 않아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을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수광양항만항 선주협회 관계자는 “선사들은 정기선 공동행위는 해운법에 근거한 것이므로 공정위의 인가사항이 아니며, 해운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켰다”며 “일부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해운법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조치할 사안이며 공정위가 개입 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력 반발했다.

근거로 정기선사의 공동행위는 국제연합 산하기구인 UNCTAD(UN무역개발회의)가 1974년 채택한 ‘UN 정기선 해운동맹 규약 협약(UN Liner Code’74)‘에 의해 국제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74년 이 협약을 비준하고 해운법 제29조에 근거를 마련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렇듯 공정위와 선사들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지역 항만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선사에 대한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여수광양항의 정기노선의 축소, 컨테이너 하역료 인상 등 파급효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허치슨 광양 임영길 대표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중국 선단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국내 선사들이 취한 수 있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다”며 “국내 선사들 간에 경쟁을 한다면 운송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터미널 하역료도 덩달아 하락해 지역 항만산업 전반이 악영향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선사들의 반발과 지역의 우려에 공정위는 일단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다만 한중, 한일 정기노선에 대한 추가조사가 진행 중임은 시사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 한용호 국제카르텔과장은 “동남아 정기노선의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공정위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면서 “언론보도에 따른 5천억 규모는 확정된 것이 아니며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회도 나서 과징금 예고 철회를 촉구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기 컨테이너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해운법 적용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며 선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개호 위원장은 결의문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보고서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경영여건이 열악한 대부분의 국적 중소·중견 컨테이너 선사들은 도산 위기에 직면하거나, 선박 등 필수자산을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과징금 부과 등 제재처분은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지나 반등하고 있는 국가 경제와 수출입 물류에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우리 해운항만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국가 수출입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법 제29조에 따른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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