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 ㈜KFC 대표이사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생활ESG행동에 함께 합시다
최형천(㈜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지난달 31일 폐막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는 비록 시민들의 관심은 적었지만 의미 있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참가국 대표들은 ‘기후위기를 환경문제를 넘어서 경제·사회·안보·인권과 연관된 포괄적이며 시급한 국제적인 위협으로 보고, 정부·기업·시민사회가 함께 공동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한다.’고 합의하였다. 특히 선언문에는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활동과 시민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지구별을 빌려 살아가는 인류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은 기후위기의 절박함을 실감했다는 점일 것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300만 명에 이르렀으니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행동을 서둘러야만 할 것 같다. 그간 호모 사피엔스종은 개발과 경제성장이라는 명목 하에 무분별하게 지구를 침탈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살아왔다. “인간은 자연을 투쟁의 대상이자 굴복시켜야 할 상대로 인식한다.”(E. B. 화이트)

이런 환경파괴의 결과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구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불모지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개발 중심의 발전모델은 양적 성장은 물론 삶의 질을 개선하여 긍정적인 혜택을 주었으나 한편, 불공정·불평등으로 빈부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확대시켜 왔다. 이런 기후위기와 사회위기에 기성 정치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해결하지 못하면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까지 이르렀다.

원래 ESG는 기업이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개선을 도모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목표 아래 시작되었다. 이제 ESG는 단순히 환경위기의 해결책을 뛰어 넘어 사회위기, 민주주의위기를 함께 해결하는 대안으로 호출되고 있다. 환경위기는 탄소중립사회로, 사회위기는 공동체가 함께 잘사는 사회로, 지배구조위기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참 민주주의로의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행위주체별로 본다면,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라야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며, 소비자로부터 선택도 받을 수 있다. “생태적·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는 무임승차자들이 주도하는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을 때 비로소 자본주의와 그 시스템에 의지하는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해진다.”(리베카 헨더슨, 자본주의 대전환 : 하버드 ESG 경영수업, 2021)

정부는 이제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기득권을 옹호하여 사회적 갈등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낡은 정치의 굴레를 뛰어넘어 지구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책임정치를 구현해야한다. 시민사회도 제대로 알고 실천하며 시장과 정부를 감시하는 주체적 역할을 주도해야한다. 특히 생활ESG행동이란 시민이 연대하여 함께하는 ESG운동으로 문제의식과 주인의식을 공유하여 사회성원으로서 자발적으로 ESG를 실천하는 것이다.

생활ESG행동은 환경문제에서는 탈탄소 경제를 지향하며, 사회적으로 적정소비를 솔선하여 격차와 균열을 완화하고 공동체문화를 회복할 것이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시민들의 진정성 있는 참여로 정치의 변화와 발전을 추동할 것이다. 또한 새 시대로 대전환을 책임질 정치리더의 선택기준으로 ESG를 제시할 것이다.

생활ESG행동의 작은 사례를 하나 든다면, 필자가 관여하는 독서모임에서는 텀블러를 선물하여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배운 환경보전에 대한 지식을 행동으로 실행해보자는 것이다. 회원 1인당 하루 1잔의 음료를 마신다면 일 년이면 대략 300개이고 30명 회원의 총사용량으로 보면 일 년에 1만개에 이르는 일회용 컵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컵이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의 부대비용에 따른 이산화탄소배출량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약 60년 전 ‘침묵의 봄;을 저술하여 무분별한 과학기술로부터 ‘전체 생명계의 안전’을 호소하였던 레이첼 카슨은 이렇게 스스로 다짐하였다. “그저 침묵하고 있다면, 나에게 평화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침통하게도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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