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6)일심기도(一心祈禱)
<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6)일심기도(一心祈禱)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속울음을 흐느껴 울던 공양주보살은 손끝으로 눈물 얼룩진 눈가를 쓸면서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보았다. 대웅전 안에는 공양주보살과 단 위 가운데 높이 앉은 부처님만이 나란히 적막의 밤을 마주 응시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의 막연한 서로의 응시는 결국 혼자만의 것이었다. 공양주보살은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시 비끄러매며 부처님을 응시했다. 자비로운 부처님의 원력으로 지금의 발원을 이루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것 외에 자신에겐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이 불쌍하고 힘없는 아녀자에게 이리도 무거운 짐을 내려주신 건가요? 죄 많은 여자, 여기서 쫓아내시기로 작정한 것인가요? 부처님! 참으로 매정하고 가혹하십니다! 으흐!……흐흐흐흑!”

공양주보살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그 자리에 쓰러져 터져 오르는 울음을 소리 없이 흐느꼈다. 움막집 한 칸 지을 능력이 없는데, 아니 어디 가서 누구에게 엽전 한 닢 융통할 능력이 없는데, 지금 당장 숨이 끊어져 죽는다고 해도,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할 사람 하나 없는데 수천억 금이 들어갈 장육전 중건 불사의 화주를 맡게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언가 잘못 되도 크게 잘못된 것만 같았다.

“부처님! 차라리 그럴 바엔 이 자리에서 그냥 죽으라고 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공양주보살은 은근한 미소를 머금고 내려다보는 부처님을 바라보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도무지 소용없는 일이었다. 공양주보살은 애써 그 원망의 마음을 지워버리며 맡은 소임을 잘 수행하도록 해달라고 뜨건 눈물을 손끝으로 훔치며 부처님께 일심으로 간절히 기도(祈禱)를 올렸다.

“부처님의 신이(神異)한 원력(願力)으로 화주 소임을 잘 이루도록 해주시나이다! 나무관세음보살!……”

자꾸 머릿속으로 중얼중얼 되뇌면서 기도를 하는 공양주보살의 눈꺼풀이 어느 결 무거워지더니 스르르 감겨 내렸다. 그리고 순간 그 눈앞에 머리가 허연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공양주보살은 듣거라!”

노인이 공양주보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예예!”

공양주보살은 다급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들고 합장했다.

“그대는 화주를 맡은 일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내일 아침 일찍 화주 소임을 수행하러 길을 떠나거라! 그리고 길을 가다가 맨 처음 만난 사람에게 시주를 권하거라! 그러면 뜻대로 되리라! 알았느냐!” 공양주보살은 번쩍 눈을 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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