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 젊은 정치인 단상
김명진 (호남대 초빙교수·정치평론가)

젊은 정치인 이준석 바람이 거세다. 돌풍을 넘어 정치권 전체에 태풍으로 커지고 있다. 여론이 그에 호응하는 것은 단순히 나이의 젊음, 동안(童顔), 사이다 발언 때문이 아니다. 낡은 정치에 대한 염증을 느낀 2030세대의 변화 열망,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층의 갈망과 전략적 선택, 정치에도 다른 얼굴과 문법이 필요하다는 국민 요구 등의 반영이다.

동안이고 나이가 어리면 젊은 정치인인가. 정치인의 젊음은 물리적 연령만이 기준이 아니다. 그보다 사고의 유연성이 더 중요한 기준이다. 유연은 젊음, 경직은 늙음의 상징이다. 종말에 가까워진 모든 생물은 굳어진다. 유연성을 잃으면 종말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정치인도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퇴장의 시간이 임박한 시점이라고 봐야 한다. 자기 생각을 늘 소프트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단련이 중요하다.

물리적 나이에 무관하게 젊음을 유지하는 대표적 정치인은 박지원 국정원장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나이다. 텔레비전에 가끔 보이는 그의 모습은 나이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젊어 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 “젊어졌다”고 하면 “원래 젊다”고 너스레다. 박 원장은 자신의 심신을 말랑말랑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정치인이다. 국회의원 시절 날마다 중앙지·지방지 등 14개의 신문을 정독하고 보좌관에게 다시 전화로 신문 브리핑을 받는다. 거의 모든 식사를 현장을 뛰는 언론인과 함께하며 토론하고 소통한다. 그 덕분에 현안 이슈 파악은 물론 민심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 특유의 긍정적인 생각, 일에 대한 열정, 철저한 자기관리와 결합하여 늘 젊다. 세상의 가장 나쁜 개(犬) 두 마리가 편견과 선입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새로운 사실과 흐름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 그는 최고의 취재원이다.

몸의 유연성 유지를 위한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꼿꼿한 허리에서 보듯 신체 단련도 열심이다. 새벽 실내 자전거 타기로 하루를 시작해 매일 저녁 집 근처 걷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상대의 나이와 관계없이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상대의 얘기를 경청한다. 조리가 없는 얘기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한다. 국회의원 시절 그는 2030 청년들과의 대화도 격의 없이 즐겼다. 그러니 심신이 경쾌하고 유연하다. 80이 가까운 그가 아직도 젊게 느껴지는 이유다.

늙은 사람은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한 가지 이념만을 내세우며 그것이 절대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려 한다. 그래서 누굴 보든 훈계하려 든다. 쉽게 편 가르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가 듣기 싫어지면 늙어진다는 의미다. 노안은 신체적 노화의 신호이고 다른 사람의 말이 듣기 싫어지면 정신적 노화의 신호이다.

젊은 정치인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고의 유연성이다. 유연성을 가진 젊은 사람에게는 네 편 내 편이 없다. 각자의 조건 사정이 다름을 알고 이해한다. 다양한 상황과 문제가 있으며 다양한 해결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의 개념보다는 상대적인 입장 차이가 있다고 본다. 젊고 싶은 정치인은 사고를 유연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가능한가. 자신의 그릇을 넓혀야 한다. 마음 그릇을 넓혀 늘 겸손해야 하고 성찰과 수련으로 말 그릇을 넓혀야 한다. 말이든 마음이든 그릇은 세상을 수용할 만큼 넓혀야 한다. 아니 경계가 없어야 한다.

물리적인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다. 줄기세포를 맞고 성형수술을 해도 젊어지는 건 한계가 있다. 하지만 유연성 유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젊은 정치 태풍에 휩쓸려가지 않으려면 유연한 사고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단련을 해야 한다. 현재를 사는 보통 사람들의 감수성에 공감하고 시대 흐름에 반응해야 하는 정치인은 더욱 더 그렇다. 유연하면 젊은 정치인이고 경직되면 늙은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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