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학생수는 갈수록 감소” vs “급식실서 일해 봐라”
전남도의회 - 학비노조 전남지부 갈등 ‘최고조’
조리실무사 채용 추경 5억 삭감 놓고 대립각
예산삭감은 불가피…예결위 최종 결정 ‘촉각’

학교비정규직노조 전남지부가 최근 전남도의회에 앞에서 조리실무사 예산을 삭감한 전남도의회를 규탄하고 충원 예산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학비노조 제공

“(전남지역 조리실무사) 급식실의 작업 환경은 열악해 400명의 학생들 점심을 준비하는데 3명의 급식 조리사들이 근무하다 보니 아파도 남은 조리사들 걱정에 병원도 못가고 일하다 골병이 들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여름 급식조리실은 온도가 55도까지 상승해 쓰러지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화상, 미끄럼, 넘어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하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수업일수가 190일에서 평균 170일로 20일이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코로나19가 지속 된다. 수업일수도 줄고 학생 수는 갈수록 줄고 있는데 조리실무사를 충원 하는 것은 예산효율성과 집행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조리실무사 배치기준 충원예산을 놓고 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 전남지부와 전남도의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학비노조는 지부 SNS에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전체 명단을 공개적으로 명시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순천, 여수, 나주, 광양, 목포 등 길거리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단체행동까지 나섰다.

전남도의회에서는 이러한 과격한 행동으로 오히려 상황이 악회되고 있다면서 강경으로 맞서고 있다. 사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조리실무사 배치기준 충원예산을 놓고 학교비정규직노조 전남지부와 전남도의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학비노조 제공

◇비정규직 노동자 무시한 처사

학비노조 전남지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적정 인력배치를 꾸준히 요구해, 이에 대한 노사합의가 최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산이 전액 삭감하자 전남도의회와 전남도교육청 등에서 연좌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갈등이 불거진 예산은 노조와 전남도교육청이 180여명을 채용하기로 합의한 후, 올해 상반기 조리실무사 82명을 채용하고 나지지 100명 중 50명을 채용하기로 한 추경 5억원이다.

학비노조는 조리실무사 예산을 삭감한 전남도의회를 규탄하고 충원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학비노조는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사의 신규 채용 인건비 5억 2천만원 전액을 삭감한 전남도의회 교육위원들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일 도의회 교육상임위에서 제1차 추경예산을 심의했다. 이 과정에 비정규직 급식노동자 충원 예산만 삭감했다”며 “조리실무사 1인당 식수인원 기준 변경과 이에 따른 신규 채용은 노동조합과 도교육청이 세 차례에 걸친 협약을 거치며 오랜 시간 타당성을 검토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비노조는 “A 의원은 ‘일이 힘들면 힘들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을 힘든 곳으로 배치하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비정규직노동자를 무시하고, 노동을 천시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교육청이 향후 조리실무사의 자연 감소와 전보 등 대안을 이야기하고 노사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의무까지 언급했음에도 도의회가 가진 예산 승인권한만을 앞세우는 민주당 교육위원들의 예산전액 삭감 결정은 비상식을 넘어 오만하기 그지없다. 민주당 교육위원들은 학교급식실에 들어가서 하루만이라도 일해보고 상식과 합리성을 언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교류로 충분히 해결 가능

이들의 강력한 규탄에도 전남도의회에서는 예산삭감은 불가피한 조치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학력은 낮아지고 학력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조리실무사 충원보다 학력향상을 위해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교부세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전남의 학생 수는 2018년 22만 496명에서 2020년에는 20만 6천759명으로 1만 3천737명이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교원은 652명, 행정직원은 231명이 증가했다. 특히 교육공무직원은 1천 64명이 늘어나 전체적으로 교육종사자 수가 1천 947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암담한 것은 앞으로 5년간 1만 2천 852명의 학생이 더 줄어 들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에 조리실무사는 2019년 2천 308명에서 2021년 2천 390명으로 91명 증가했는데, 지난해 조리실무사 배치기준을 학생 150명 당 1명에서 유·초등학생 140명 당 1명, 중·고·특수학교 학생 130명 당 1명으로 하향 조정해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이광일 도의원은 “ 현재 타·시도교육청에서는 조리실무사 평균 근무일수가 290일 정도인데 전남은 320일로 타 시·도보다 30일 정도 많다” 며 “실제 조리하는 급식일수가 190일 것을 감안해도 근무일수가 많아도 조리실무사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해결 방안으로 “근로 강도가 낮은 학교와 강한 학교의 근무지 변경을 위해 조리실무사들의 인사교류를 실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어 “조리업무는 학생 수와 근무환경에 따라 노동 강도가 차이가 난다”며 “노동 강도의 완화를 위해 균형 잡힌 인사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수 전남도의회 교육위원장은 “그동안 전남도의회에서는 학교 비정규직의 애환과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코로나로 수입이 줄어든 방과후 강사들에게도 교육청 차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등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중”이라며 “아직까지 최종 예결위 결정이 남아 있는 만큼, 학비노조 측의 입장과 교육청·의회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