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2)신인(神人)의 계시

<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2)신인(神人)의 계시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봄 하늘을 바라보고 섰던 계파선사는 대중스님들이 아침공양을 마치자 대웅전 마당으로 모두 모이게 했다. 계파선사의 부름을 전달받은 화엄사 산내암자의 스님들까지 모조리 사시예불(巳時禮佛) 전까지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대웅전 마당으로 모이게 되었다. 계파선사는 산내의 스님들이 모두 대웅전 마당에 모이자 앞에 서서 말했다.

“오늘 여러분을 여기 이 자리에 모두 모이라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오늘이 장육전 중건불사의 백일기도 회향일이기에 그렇소. 지난 겨울 부처님을 모실 웅장한 장육전 중건불사를 발원하였던바 비로소 오늘이 백일기도 회향 일인데 지난밤에 신인(神人)으로부터 계시를 받았기에 그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소. 밤에 신인이 꿈에 나타나 물 항아리와 밀가루 항아리를 대웅전에 놓고 먼저 물 항아리에 손을 담근 다음 다시 밀가루 항아리에 손을 넣어 그 손에 밀가루가 묻지 않은 사람을 화주로 삼으면 장육전 큰 불사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소. 여러 스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계파선사는 스님들에게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스님들이 서로 의견을 말하면서 나름대로 생각들을 정리했다. 그 중 한 스님이 말했다.

“계파선사님! 그럼 꿈에 신인(神人)이 가르쳐준 대로 그렇게 한번 해 봐서 진짜로 손에 밀가루가 묻어 나오지 않는 분을 채택하여 장육전 중건불사의 대 화주로 삼고 일을 추진하도록 하지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그 스님의 말에 다른 스님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물 담은 항아리와 밀가루 담은 항아리가 대웅전에 차려지고 차례차례 스님들이 들어가 먼저 물 담은 항아리에 손을 넣은 다음 그 물 묻은 손을 다시 밀가루 담은 항아리에 넣어 하얀 밀가루가 묻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하게 되었다.

물 묻은 손에 밀가루가 전혀 묻어 나오지 않는 스님을 장육전 대불사의 화주로 정하고 그 엄청난 불사를 책임지고 실행하도록 하자했던 것이다. 맨 먼저 들어간 스님들이 대웅전으로 들어가서 물 담은 항아리에 먼저 손을 담근 다음 밀가루 담은 항아리에 손을 넣어 펼쳐 보였다.

“온통 새하얀 손이로구나!”

차례차례 눈 맑은 산내의 스님들이 밀가루 묻은 손을 펼쳐 보이면서 자신은 화주가 아님을 확인하고는 대웅전 문을 나왔다. 벌써 열댓 명의 스님들이 그렇게 해보았으나 손에는 하얀 밀가루가 묻어있게 마련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실망할 때가 아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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