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전남권 의대 설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
"웃돈 줘도 의사 못구해"…의료 불균형 악순환
의과대학 없는 곳 전남 유일…보건의가 대처
"지역대학서 의료인력 양성이 유일한 대안"

 

전남도는 지난 4일 목포시, 순천시, 목포대, 순천대와 함께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제2차 도민토론회를 열어 지역 의료현실과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을 논의했다. /전남도 제공

전남도는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이다. 열악한 의료환경을 극복하고 도민들에게 상급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당정에서 의과대학 없는 곳에 의과대학 신설을 적극 검토·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남지역 30년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이 가시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의료계 집단 휴진과 의·정 합의를 거치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의 취약한 의료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받은 의사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수적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의료체계 강화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의사들은 수련기관과 대학교 소재지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은 의사 인력 확보가 힘들 수밖에 없다. 의과대학 설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목소리는 지난 4일 목포시, 순천시, 목포대, 순천대와 함께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제2차 도민토론회에서 나왔다. 지역 의료현실과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에 대한 당위성이 어필됐다.

발제자로 나선 이흥훈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 기획운영실장은 “의사들이 수련기관과 대학 소재지 근무를 많이 선호한다”며 “대구, 부산, 서울 등 소득이 높고 의과대학이 몰린 대도시 중심으로 의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 대구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100%가 대구 소재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부산은 87%가 부산 소재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실장은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은 상대적으로 의료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실제 전남지역 종합병원의 평균 전문의 수는 26명으로 2차 민간병원 평균인 55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발제자인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보건의료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일본의 경우 지역 인재를 의사로 양성하고 근무토록 지원한 결과 의무복무 이후에도 68.9%가 그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정희 전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장은 “전남의 공공의료는 모두 공중보건의에 의존할 정도로 취약하다”며 “지역 간 의료 불균형 개선, 전남의 국립 의과대학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병원협의회 공동회장인 이윤호 고흥윤호21병원장은 “취약지라 경영이 더 어려움에도 더 많은 돈을 들여 의사를 구해야 한다”며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해도 의사인력을 구하지 못해 위기에 놓인 지방병원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존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도 의대가 없는 전남은 의사인력 구하기가 계속 어려울 것”이라며 “전남에서도 지역 의대에서 자체적으로 의사인력을 양성해 취약지에 근무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료계·전문가의 다양한 의견과 도민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전남에 왜 의과대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당위성을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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