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과거로의 시간여행
향수 불러 일으키는 순천 드라마 촬영장
레트로 감성·생생 교육 현장으로 ‘인기’
600여전 역사 간직한 순천 낙안읍성
21세기 속 조선시대서 만끽하는 ‘힐링’

‘그때 그시절’로 시간여행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드라마세트장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순천읍내, 서울 달동네(1960년대), 서울 변두리(1980년대)를 재현한 곳이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제빵왕 김탁구·사랑과 야망, 영화 늑대소년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순천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대한민국 3대읍성 중 하나로 사적 제302호로 지정돼 있으며 연간 12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주요 관광지로 현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및 CNN선정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6위로 선정됐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신록의 계절 6월이다. 엊그제 2021년 한해가 시작된 듯한데 어느덧 1년 365일 중 절반에 이르는 6월을 맞이했다. 초 단위로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눈 깜빡할 사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이는 것만 같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시민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잠시 멈춤’ 또는 ‘휴식’일지도 모른다.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체제 및 전통 등을 그리워하는 ‘레트로(retro)’가 유행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에 매주 금요일 광주·전남 곳곳에 숨겨진 명소를 소개하고 있는 남도일보가 올 한해의 절반을 바라보고 있는 요즘, 가쁜 숨을 내쉬고 있을 시민을 위해 시간 여행을 제안해 본다. 푸른 녹음이 짙어지는 6월 첫 주말, 복잡한 도시를 잠시 벗어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낙안읍성과 드라마 세트장을 둘러볼 수 있는 순천이 바로 그곳.

다수의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순천 드라마 세트장은 연인과 함께하면 사진도 찍으며 좋은 추억을 남길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한다면 옛날 이야기도 들으며 구경할 수 있어 더욱 좋지 않을까 싶다. 낙안읍성은 600여 년 전 조선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힐링 명소’ 다. 젊은이들에겐 낯선 예스러운 풍경으로 흥미로움을, 아이들에겐 교과서를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생생한 역사 체험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순양극장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 60~80년대 순천·서울 모습 한 눈에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세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읍’ 시절의 5·60년대 순천 모습과 70년대 서울의 달동네, 80년대 서울 변두리의 번화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어른들은 흘러간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젊은 세대는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 초까지의 순천 읍내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번화가 등을 재현해 놓은 순천 소도읍 드라마 세트장은 지역에서 60년대를 생활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특히 순천의 옥천 냇가와 읍내 골목, 순천의 식당, 우체국 등은 고증을 통해 완벽히 재현했기 때문에 드라마의 촬영장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문화사적 가치도 높다. 즉, 1950~1970년대 순천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여행 최적의 장소이다.

서울 달동네 세트장은 1960년대 중반 서울의 달동네를 그대로 순천에 옮겨 놓은 모습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됐던 풍경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언덕에 계단형식으로 빽빽이 들어찬 집들과 녹슬고 때 묻은 마을 곳곳의 현실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그 당시 어려운 시절 정을 나누고 서로 도왔던 서민들의 애환과 정서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부족함을 모르고 자라는 요즘 세대들에게 교육적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드라마세트장에서 팽이치기를 하는 관광객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골목골목 누비는 재미 ‘쏠쏠’

골목골목을 누비며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 세트장은 목욕탕·여관·약국·영화관·병원 등 세세한 곳까지 꼼꼼하게 재현돼 있으며, 달동네의 집들은 대문 안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60~80년대를 겪어본 사람들에게는 추억 소환의 장소가 된다.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으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또 신기한 풍경도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골목골목을 걸으며 구경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관광객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옛 교복 체험장’은 ‘복고풍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다. 또 가족과 친구·연인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며 영원을 약속하는 ‘언약의 집’도 인기 장소다.

순천드라마 세트장은 원래 군부대 자리였다. 그러나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군부대는 이전하게 됐고, 그 자리에는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 세트장이 조성됐다. 가족사를 통해 우리 현대사를 돌아보게 한 드라마 ‘사랑과 야망’이 히트를 한 이후 이곳은 에덴의 동쪽·제빵왕 김탁구·자이언트·빛과 그림자, 감격시대와 영화 늑대소년·인간 중독·강남 1970·허삼관 등 수십여 편의 작품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아이들이 대금, 단소 등의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600년 전 옛 삶 보존된 ‘낙안읍성’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낙안읍성은 조선 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이자, 충남 서산 해미읍성, 전북 고창읍성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로 원형이 잘 보존된 명소다. 이곳은 성곽과 관아건물, 전통가옥인 초가집과 고즈넉한 돌담길과 함께 200여 명의 주민들이 실거주하면서 전통문화와 삶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어 현대사회 속에서 600년의 역사와 전통, 민속문화 마주할 수 있는 국내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풍수지리상 배산임수형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는 낙안읍성은 지방의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행정적 기능을 담당하던 곳이다. 고려 말부터 시작된 왜구의 잦은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선 태조 6년(1397) 낙안 출신의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켰고, 흙으로 읍성을 쌓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조선 세종 6년(1424)에 토성을 석성으로 개축했고, 조선 인조(1626~1628)에 이르러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다시금 돌로 성곽을 견고하게 고쳐 지금의 웅장한 모습이 완성됐다. 낙안읍성의 둘레는 1천410m의 직사각형 형태이며, 성벽의 높이는 4m에 달한다.

소 모양의 달구지를 타고 즐거워 하는 아이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타임머신 타고 시간여행

낙안읍성 내부에는 동헌과 객사, 장터, 민가 등이 배치돼 있는데 이는 한양도성을 모방한 것이다. 봄을 상징하는 동문 ‘낙풍로’를 통해 낙안읍성으로 들어서면 600여 년 전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마을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초가집과 툇마루·토방·이엉 지붕·장독·아궁이 부엌 등 옛 멋과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읍성 내부에서는 동헌과 객사 등 조선 시대의 주요 기관을 만날 수 있다. 읍성 내 마을 중앙 상단에 자리한 낙안객사는 왕명으로 방문한 사신이나 관리 또는 손님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다. 남원 광한루와 순천 연자루와 함께 호남 명루 중 하나인 ‘낙민루’는 6·25 전쟁 중 소실됐다가 1987년 복원됐다. 동헌은 지방 수령이 행정 및 송사를 처리하던 곳으로, 쉽게 말하면 사또가 호령하고, 죄인들에게 곤장과 주리를 틀었던 조선 시대 경찰서라고 말할 수 있다.

옥사에서 한 가족이 곤장체험을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통문화 체험 ‘풍성’…인생샷 맛집

많은 관광객이 낙안읍성을 찾는 데는 풍경만이 다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통과 세시풍속들이 보존·계승되고 있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낙안읍성 내에는 길쌈·전통혼례·놋그릇 닦기·두부 만들기·천연염색 등 옛 선조들이 생활했던 다양한 것들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서당과 대장간, 별감, 판소리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상설체험장이 마련돼 있으며, 전통가옥인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묵어볼 수 있는 민박체험도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읍성 곳곳에는 ‘인생샷’ 포인트가 다수 존재한다. 읍성 내부에 자리한 대숲에 올라 내려다보는 전망은 낙안읍성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핫 스팟 중 하나다. 계단에 서서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작품’이다.

성곽 산책길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관광 코스다. 평지에 형성된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에 오르면 마을 곳곳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성 밖 풍경 또한 예술이다. 성곽길에 올라 내다보는 성 밖은 능선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야로 곡창지대 풍요로워 보인다. 농업이 주를 이뤘던 조선 시대 당시 먹고 살기 좋은 고을 중 하나였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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