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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36> 선비들명나방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36> 선비들명나방

이정학 로고
 

추상화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자태 ‘매혹’
외형만 보고 선비들명나방 연상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 많아 고개 ‘가우뚱’
일반인도 이름만 보고 접근 가능하도록
3천여종 나방 ‘이름 붙이기’ 작업 절실

선비들명나방애벌레1 2019-08-09 자연휴양림
사진-1 선비들명나방애벌레(2019년 8월 9일, 지리산 자연휴양림)
선비들명나방애벌레2 2019-08-09 자연휴양림
사진-2 선비들명나방애벌레(2019년 8월 9일, 지리산 자연휴양림)
선비들명나방번데기 2017-09-21
사진-3 선비들명나방번데기(2017년 9월 21일)
선비들명나방3 2017-07-17 매봉
사진-4 선비들명나방(2017년 7월 17일, 무등산 매봉)

나방의 색상이나 무늬는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방만 알려진게 3천종이 넘으니 이것을 다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크기나 날개의 형태 등으로 과를 유추하고 도감을 뒤지며 이름을 알아내는게 정말 힘들다. 찾다 찾다 못 찾으면 나보다 더 아는 분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일본 도감이나 유럽의 자료등을 뒤져 친절하게 알려주는 분들이 있어 든든하다.

2017년 7월 17일 제헌절, 쉬는 날이라 지하철 산행을 떠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무등산을 찾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 소태역에서 하차하여 한적한 매봉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탑봉을 지나 마집봉을 거쳐 중머리재에 이르는 등산로는 붐비지 않아 좋다.

딱히 목표를 정하고 가는 길이 아니니 굳이 서두를 일이 없다. 슬렁슬렁 가면서 뭐 하나 만나면 그만이다. 매봉에서 탑봉으로 가는 길, 처음 보는 녀석이 이리 저리 춤추고 있다. 쉽게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겨우 한 컷 날렸다. 멀리 숲 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특이하게 생긴 녀석이라 도감을 뒤지면 금방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도저히 찾을수가 없다. 다초리 김상수 동생에게 도움을 청하니 고맙게도 이름을 알려준다. 선비들명나방이란다.

나방과 관련된 도감이 몇 권 없는데 그나마 이 녀석은 도감에도 없으니 당연히 찾을수 없었던 것이다.

흰 바탕에 노랑색 무늬 그리고 날개 끝부분의 검은색 무늬와 듬성 듬성 있는 점들이 전부인데 나방의 이름이 선비들명나방이다. 아무리 봐도 선비가 연상되질 않는다. 필자만의 느낌일까?

애벌레를 만나 보면 알수 있을까? 이것 또한 만만치 않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아예 아무런 정보가 없다. 2019년 8월 9일, 지리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수 없이 지리산 자락을 찾았지만 자연휴양림은 처음이다. 6월부터 7월초에 걸쳐 15일간 몽골의 야생에서 함께 한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지리산 자연휴양림을 찾아 숲해설가 못난이의 사랑 이창수 선생의 해설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인솔자 포함 15명이 몽골을 갔었는데 절반이 넘는 8명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출신이어서 지리산의 생태는 환상 그 자체였다.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나방뿐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부분 봤던 녀석들이었는데 물푸레나무류에 때로 모여 있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른 봐도 10여 마리가 넘는다. 처음 보는 녀석들이다. 심장이 요동친다. 가지마다 수 십마리가 집단으로 모여 있다. 일행 모두들 탄성을 자아낸다. 무슨 애벌레냐고 묻지만 답을 할 수가 없다. 머리와 가슴, 배 아랫면은 노란색이고 배 윗면은 흰색이며, 몸 전체에 검은 점이 많은 녀석.

녀석의 이름을 불러 주었더라면 목에 힘좀 줄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집에 오자마자 도감을 뒤졌지만 허사다. 허운홍 선생께 도움을 청하니 순천 선암사와 구례 화엄사에서 녀석을 본적이 있다며 선비들명나방애벌레라 알려주신다. 3권 도감에 실릴거라는 말씀과 함께…

어려서는 여러 마리가 같이 모여 살다가 종령 유충이 되면 한 마리가 잎 한 장을 차지하고 산다. 잎과 가지 사이에 매달려 번데기가 되었다가 10일 지나면 우화한다. 번데기 사진은 허운홍 선생께서 담은 것이다. 기꺼이 사진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어른벌레와 애벌레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무엇이 선비를 연상케 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친근하게 다가갈수 있게 이름을 붙여 주어, 더불에 함께 살아가는 자연이 되었음 모두가 좀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세상엔 무시해도 되는 하찮은 존재는 없다. 생태계가 건강해야 우리 인간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여전히 횡행하는 시대, 산이나 강 그리고 바다로 가고픈 욕망은 더없이 커지고 있다. 건강한 자연을 위해 다녀온 흔적을 남기지 않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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