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양현종…눈부신 빅리그 선발 데뷔전
미네소타전 3.1이닝 1실점 ‘호투’
탈삼진 8개…한국인 최다 기록 갱신
현지 매채·텍사스 구단 호평 일색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6일(현지시간)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투구하고 있다. /AP=뉴시스

“짧지만 강렬했다.”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의 얘기다.

양현종은 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1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솎아내며 4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는 1-1로 맞선 상황에서 공을 넘겨 승패를 기록하진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2.08에서 2.25로 약간 올라갔다. 양현종의 호투에 힘입어 텍사스는 미네소타에 3-1로 이겼다.

긴 이닝을 책임지지는 못했지만, 이날 양현종은 미국 팬들의 머릿속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양현종이 15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1회 등판하자마자 3명의 타자를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미네소타 타자들은 연방 선풍기를 돌렸다.

이날 양현종이 세운 기록도 인상적이다. 그가 작성한 8개의 탈삼진은 한국 출신 투수의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1995년 박찬호(은퇴)와 2013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각각 5개씩을 기록했다.

또 그는 33세 65일로 MLB 텍사스 투수 선발 데뷔 최고령 기록도 세웠다. 아울러 1980년 대니 다윈 이후 텍사스 투수로는 처음으로 3.1이닝 이하를 소화하며 8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짧고 굵었던 양현종의 선발 데뷔전에 현지에서는 ‘포에버 양(Forever Yang)’이라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카우보이 모자 쓴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화상 인터뷰 캡쳐

MLB닷컴은 이날 경기 소식을 전하며 “포에버 양-좌완 투수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에서 삼진 8개를 잡았다”는 제목을 달았다. 텍사스 구단도 공식 트위터에서 ‘포에버 양’이라는 글과 함께 양현종이 미네소타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을 연달아 편집한 영상을 올렸다. 구단은 또 양현종이 카우보이모자를 쓴 모습의 사진을 공개하며 ‘스트롱 양(Strong Yang)’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양현종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오늘 내 투구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다소 박한 점수를 주며 “마운드 위에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너무 일찍 마운드를 내려와서 불펜진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긴 시간을 참고 견딘 양현종은 마침내 빅리그 선발 등판의 꿈을 이뤘다.

야구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 등 약점을 들어 많은 사람이 빅리그 진출 실패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그래도 양현종은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연봉이 다른 계약)을 한 양현종은 개막전 로스터에서 탈락한 뒤 어렵사리 기회를 얻어 빅리거가 됐다. 구원 등판에서 안정적인 투구로 마침내 선발 투수 승격의 기쁨을 맛본 양현종이 계속 텍사스 선발진에 남을지 주목된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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