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석 목포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산화 40주년 김태훈 열사와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형광석(목포과학대학교 교수·전남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197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한 내게 <지조론> 으로 많은 울림을 주셨던 조지훈 선생은 꽃지는 소리에 절규하셨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ㆍㆍㆍ/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시 제목은 “낙화”이나 꽃이 떨어지는 화락을 형상화한 내용이다. 꽃이 져도 5월은 잊은 적 없다.

올해는 5·18광주민중항쟁 41주년이다. 동시에 김태훈 열사의 산화 40주년이다. 김 열사는 1959년 4월 빛고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서석초교, 광주숭일중, 광주일고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관악산 하늘의 별을 헤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고뇌하시다가 1980년 5ㆍ18광주민중항쟁 1주년인 1981년 5월 27일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전두환 물러가라, 전두환 물러가라, 전두환 물러가라.”고 외친 후 산화하셨다.

4년 전 남도일보에 “사랑의 사회실현과 진리탐구가 삶의 전부이기를”(2017.05.25.)을 실었다. 이번엔 김 열사의 정신이 지금 여기 우리에게 어떻게 발현하는지 삼가 쓰고자 한다.

김 열사는 국립 5·18 민주묘지 4묘역에서 5·18광주의 증언자로 계신다. “사랑의 사회실현과 / 진리탐구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 이것이 바로 내 삶의 전부이기를.” 묘비명이다.

“김 군의 어머니 이신방(李新芳·79) 씨는 18일 ‘5·18보상금 가운데 5천만 원은 아들의 모교인 광주일고 총동창장학회에 장학금으로, 5천만 원은 전남대병원 화순농어민병원 건립기금으로 기탁했으며 나머지 4천6백여만 원은 5·18유가족협회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동아일보, 1998.10.19.)

김 열사의 정신은 ‘사랑의 사회실현’이다. 그 정신은 장래의 젊은 후배들을 통해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병원을 통해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실천하는 여러분을 통해서 길이길이 발현하리라 믿는다.

왜 화순인가? 왜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은 발전하고 기억해야 하는가?

첫째, 위에 언급한 ‘전남대병원 화순농어민병원’이 바로 세계적인 암센터로 유명한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이다. 당시에 화순농어민병원 건립기금 모금 운동이 벌어졌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 직후라 병원건립 재원 확보가 어려웠다. 열사의 어머니께서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의 1/3을 기금으로 봉헌하셨다. 병원의 한 코너에 마련된 “병원 건립과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신 분들”에서 어머니의 존함 ‘이신방’이 보인다.

둘째,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을 기획하고 설계한 분은 김 열사의 둘째 형님인 김신곤 선생이다. 김 선생은 전남대병원 제2대(통산 25대) 병원장(1996.3.∼1999.3.)이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은 2004년 4월에 문을 열었다. 한편 김 선생은 5·18 당시 외과 조교수였다. 전남대학교병원의 처절한 의료 활동을 기록한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전남대학교병원, 2017.4.)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야전병원의 책임 군의관 신세’라고 증언하는 고통스러운 글을 쓰셨다.

셋째, 김 열사 집안이 대대로 내려온 터전은 화순이다. 5대조 김덕희(1801년 생원 급제) 선생은 화순군 사평면 장선마을에 정착하셨다. 마을 주변의 지형은 마치 긴 배와 같다고 한다. 열사의 부친 김용일 선생은 마을의 주요 인물로 기록됐다. “화순군지”의 ‘인물’ 편에 김 열사의 형님 세 분에 관한 기사가 나온다. 간추리면, 김재곤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신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김광곤 공학박사이다.

넷째, 화순은 민족혼을 일깨운 선각자이자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큰 스승인 송홍(1872∼1949) 선생이 태어난 지역이다. “그날의 분노와 그날의 함성 / 꽃같이 쓰러진 / 그날의 더운 피와 눈물로 / 아아 타오르는 그날의 불꽃으로 / 이제야 여기 / 엄한 당신의 이름을 씁니다./건립: 1967.11.02.” 광주일고 교정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앞 ‘운인송홍선생상’에 새겨진 글이다. 김 열사는 송홍 선생을 기리며 호연지기를 길렀으리라.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 가거나 그 앞을 지날 때 잠깐이나마 김태훈 열사, 그 어머니와 가족의 거룩한 정신과 고귀한 봉헌을 기억하는 일은 지금 여기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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