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미술산책’ 광주비엔날레로의 초대
김옥조((재)광주비엔날레사무처장)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행사가 한창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외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순항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관을 비롯 국립광주박물관과 광주극장,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구 국군광주병원, 아시아문화전당, 은암미술관 등에서 전 세계 현대미술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가운데 관람객들의 봄나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 주제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이다. 그동안 서구 사회와 근대를 지탱해온 합리성과 이성의 이분법에서 나아가 전 지구적인 생활 체계와 공동의 생존을 위한 예술적 실천에 방향성을 두었다.

인간이 지닌 지능적, 감성적 영역을 스스로 가다듬고 정화하며 염원하는 대상이자 주체인 ‘마음’과 ‘영혼’을 스스로 살펴보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 먹기 달렸다’고 우리는 흔하게 말은 한다. 하지만 정작 그 마음을 온전히 다스리지 못하는 이런 인간의 이중적 성향을 깨닫도록 하는 예술의 창을 제공한다.

‘영혼’은 통상 어렵고 높게만 보인다. 신앙적 차원의 눈높이로 접근하는 경향도 강하다. 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영혼에 관한 얘기도 생각 보다 쉽게 다가온다. 일상에서 접하던 물건과 장면들이 친숙하게 전개된다. 민족과 인종, 지역의 경계를 넘어 토속신앙의 영감과 도구, 행위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관람객의 시선을 이끄는 주제 해석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데프네 아야스·나타샤 진발라 등 2명의 여성 감독의 섬세한 호흡을 엿보는 것도 재밌다. 주제를 담은 전 세계 69명의 작가의 작품에서 느낌을 준다. 이들의 작품은 인류가 축적해 놓은 다양한 사고의 틀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대상으로써 직조적인 전시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역동적이고 강렬하며 충격적인 현대미술의 선입견을 자제하고 부분 부분이 모여 전체를 감싸주는 듯한 오감충전의 파노라마를 체험하게 된다.

우선 전시장은 예상 밖으로 차분하고 안정감 있다. 들떠 있지 않다. 5개 본전시장 공간의 U자형 동선을 따라 발길을 이끌어 준다. 시각적으로도 난삽함을 최소화하였다. 작품에 다라 조명의 밝기를 최적화하여 시각예술의 피로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각 전시장마다 한 두 개의 작품에서 ‘소리’를 통해 감흥을 돋게 한 것도 특징이다. 음향의 효과를 느끼게 하거나, 댄스곡의 리듬처럼 가슴을 뛰게 하는가 하면, 원초적 괴성의 사운드로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시각과 공간감을 초월한 청각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그동안의 광주비엔날레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중요 이슈와 사건, 현상들을 정면으로 다뤄왔다. 예술가의 시각으로 들여다 본 수직적, 수평적 관계와 흐름을 최첨단의 기술과 도구, 공간으로 표현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 지구촌에서 벌어진 이주, 난민, 분단, 빈부 격차, 동성애, 환경, 신앙, 전쟁, 권력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시각 예술로 환기시켜준다. 또한 이러한 화두에서 보다 폭넓게 확장하여 인류 공동체의 지혜와 집단 지성의 힘을 응집하여 드러낸다.

관심 있게 볼만한 전시는 밖에도 많다. 특히 구 광주국군광주병원 자리에는 예술과 자연, 역사가 한데 버무려져 이번 광주비엔날레 전시 중 ‘가장 광주다운 예술체험’을 할 수 있다. 국군병병원의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세트가 되어 곳곳에 스며든 작가들의 작품이 마치 보석처럼 박혀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불, 송필용, 강운 등 국내 유명작가들의 명작들이 건물과 일체화 되어있다. 숲속에 폐허로 남은 공간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특히 아픔을 치유하던 병원이라는 상징적 장소를 통하여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승화하는 통로로써 그 의미를 더하는 곳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의 자랑이다. 아니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 최대, 최고의 현대미술전람회로 평가받는 동시에 권위 있는 미술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행사가 39일간의 다소 짧은 전시기간 동안 열려 아쉽기는 하지만 개막 이후 국내외 미술계와 언론 등으로부터 ‘아주 좋은 전시’란 평가와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언론매체인 뉴욕타임스가 전시 초반부터 광주비엔날레 소식을 톱뉴스로 다룰 만큼 호평을 받았다.

봄날이 가고 있다. 다 가기 전에 광주비엔날레로의 미술산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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