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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1) 이상한 방문객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1) 이상한 방문객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1) 이상한 방문객

그림/정경도(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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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경도(한국화가)
밤이 깊어지고 사위가 고요해지자 중국인은 잠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사랑방에서 같이 자고 있던 김씨는 깊은 잠에 빠진 듯 일부러 모르는 체하고 누워있었다. 중국인은 옆에 누워 자는 김씨가 깊은 잠에 빠졌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가을 추수도 끝나고 바깥은 찬바람이 몰려오는데 이 추운 겨울밤 무슨 까닭으로 어디를 저렇게 나다니는 것일까? 간간이 겨울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스산하게 들려오고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는 호랑이, 늑대들이 먹이를 찾으러 검은 밤을 헤맬 것인데 도대체 이 밤에 어디를 저렇게 나다니는 것일까?

덕룡산 자락 길게 뻗어 내린 봉황 고을 미륵사 넘어 둥그런 터가 넓게 펼쳐진 운곡 마을에 사는 김씨는 같이 잠자던 중국인이 밤마다 몰래 나다니는 것을 알고는 깊은 의문에 빠져 있었다. 한 달 여전 추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을날 김씨는 논에서 나락을 베어 말려와 마당에 높다랗게 나락 단을 쌓아두고 날마다 홀태로 나락을 훑고 있었다. 비가 오기 전에 곡식들을 재빠르게 수확하여 말려 곳간에 넣어야하기 때문에 이웃끼리 품앗이로 어울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을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평소 자식이 없던 김씨는 아들을 내려준다는 미륵사 칠불석상 동자부처님에게 건장한 아들 하나 낳아주기를 마음속으로 버릇처럼 빌 곤 했었다.

그날 밤 잠을 자다가 김씨는 꿈을 꾸었다. 파란 하늘을 날던 커다란 청룡이 갑자기 자기 집 대문으로 들어오는 꿈을 꾼 것이었다. 그런데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청룡을 자세히 보니 어쩐지 머리만 있었다. 참으로 기이한 꿈이로구나하고 김씨는 깜짝 놀라 퍼뜩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 앉았다.

‘커다란 청룡이 대문 안으로 들어오다니! 그런데 왜 하필 용이 머리만 있지? 머리만 있는 용이 뜻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꿈을 꾼 김씨는 꿈이 하도 이상하여 의문을 가졌으나 일이 바쁜 터라 그냥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침이면 된서리가 초가지붕에 새하얗게 내려앉고 감나무의 감도 빨갛게 익어 낙엽이 다 져가고 있었다. 덕룡산도 온통 붉고 노랗게 한해가 저무는 색깔에 확 물 드는가 싶더니 이내 잎이 져서 앙상한 활엽수들이 푸른 소나무들 사이에 듬성듬성 찬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이제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 나락을 홀태로 다 훑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 넘어갈 무렵에 외양간에 앉아 황소 소죽을 끓이고 있는데 웬 낯선 이국의 사내 하나가 김씨집 대문으로 불쑥 들어오는 것이었다.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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