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두뇌한국(BK21) 사업과 지역대학의 고급인재 양성

송진규(전남대학교 대학원장)

시대 변화와 함께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근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학이 지식의 전달(교육)과 생산(연구)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고도화, 학문의 혁신적인 진보와 함께 새로운 지식 생태계 구축이 요구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다양한 혁신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교육과 연구의 성역으로 존중받던 대학의 기능과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0년 시작된 교육부의 ‘4단계 두뇌한국(BK)21 사업’은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방식의 연구비 투자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대학을 교육중심과 연구중심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대학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 연구중심대학 육성정책은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추격형 압축성장전략이 바탕이 되었다. 이 정책은 첨단 기업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초래하여 기술확산 블로킹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앞서가는 소수의 우수대학을 선진국 수준으로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이것이 바로 4단계 BK21 사업이다.

대학과 지역의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인재의 비교우위와 역외로부터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환경의 비교우위가 높아 최고 수준의 지식기반 서비스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광주, 인천, 대구 등은 역외로부터 우수인재의 유인환경이 열악하여 해당 지역의 인재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재유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역산업체의 요구와 대학의 인재교육 내용과 방향간의 미스매치에 있다. 일반적으로 상당수 대학들이 제공하는 연구개발 환경은 학술지향형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개별 연구실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기업의 수요와 대학 연구자들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정보공유의 부족, 산학협력의 지속성 담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4단계 BK21 사업에서 지역 대학은 대학원 중심의 직업지향 교육기관으로서 지역의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연구중심 그룹을 육성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또한, 대학, 기업, 정부,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기업수요 맞춤형 석·박사 고급인재 양성 패키징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의 혁신인재 양성은 대학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석·박사 고급인재를 미래 선진사회의 주요 전략자원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교육과 융합 연구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연한 대학원 교육체계의 운영, 국내·외 공동학위제 및 복수학위제를 통한 개방과 협력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응용학문의 경우 미국 MIT와 유사하게 ‘직업석사’, ‘실용박사’ 제도를 도입하여 협력기업의 실제 연구개발 업무를 맡아서 해결하고, 학위논문을 보고서로 대체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나아가, 지역사회의 지식창출에 관련된 미래 학문분야를 신설하고, 지역산업 기반의 선도대학원 학과에 대학재정과 인력의 집중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적으로 대학원 교육의 혁신과 질적 전환을 통해 지역사회와 지역산업을 견인할 석·박사급 고급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대학이 대학원 교육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으로 지역의 균형발전을 이끌 소중한 자산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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