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처럼 위장해 천적으로부터 자신 보호
몸은 울퉁불퉁·배 끝엔 긴 꼬리 애벌레 모양
검정색에 왁스 발라놓은 듯 광택이 ‘팍팍’
조금만 충격주면 몸을 구부려 새똥 연상
위협땐 상상 초월할 정도 이동 ‘생존’몸부림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31> 금빛갈고리나방

사진-1 금빛갈고리나방애벌레(2016년 7월 28일, 백마산)
사진-2 금빛갈고리나방애벌레(2017년 7월 12일, 접도)
사진-3 금빛갈고리나방 (2013년 9월 1일, 불태산)
사진-4 금빛갈고리나방 (2015년 8월 29일, 용추폭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 바람이라도 불면 그나마 조금은 시원한데 숲속의 그늘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모기와 날파리 등이 덤벼들때면 연신 손을 흔들어 쫓아내기 바쁘다. 그런중에도 나뭇잎에 낙엽처럼 위장하고 쉬고 있는 나방이나 새똥처럼 교묘한 모습으로 있는 애벌레들을 만나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부럽지 않다. 이런 맛에 무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간만 되면 숲을 찾는것인가 보다.

7~9월 무더운 여름날, 숲길을 걷다보면 여러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다. 거의 모든 애벌레들이 그렇듯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위장을 하는데 새똥처럼 위장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붉나무나 개옻나무를 잘 살펴보면 몸이 울퉁불퉁하고 배 끝에 긴 꼬리가 있는 애벌레를 관찰할수 있다. 주로 잎 위에 몸을 접고 있으며 그 색상과 문양이 마치 새똥처럼 보인다. 황갈색과 흑갈색이 섞여 있는 것도 있고, 검은색에 왁스를 발라놓은 듯 광택이 나는 녀석도 있다. 거의 움직임이 없어 얼핏보면 새똥이다. 반듯이 몸을 폈다가도 조금만 충격을 가하면 몸을 구부려 새똥 모양을 한다. 그리곤 죽은 듯 가만히 있다. 영락없는 새똥이다.

배다리가 없는 자벌레들은 다리가 없어 움직임이 둔할거라 생각하는데 큰 착각이다. 실제 녀석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배다리가 없어 몸을 움츠렸다 쭉 펴면서 이동하는데 그 속도가 상상 이상이다. 카메라 초첨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위협을 느끼면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기도, 때론 실을 뽑아 타고 밑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천적을 피해 생존하기 위함이다.

새똥처럼 위장하고 가만히 있는 녀석. 카메라에 담기는 너무 좋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16년 7월 28일, 서구 백마산을 찾았다. 개옻나무 잎사귀에 새똥처럼 붙어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도감에서 자주 보았던 녀석이라 금새 이름을 알수 있었다. 길게 꼬리를 달고 있는 금빛갈고리나방애벌레다. 대부분의 갈고리나방애벌레들이 그렇듯 배 끝에 긴 돌기가 있다. 새똥처럼 보이는 녀석이 또 있는데 가시가지나방애벌레다. 하지만 녀석은 돌기가 없다.

2017년 7월 12일 진도에 있는 접도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붉나무잎에서다. 먹이식물이 붉나무와 개옻나무인데 두 나무에서 다 만난 셈이다. 금빛갈고리나방애벌레의 번데기는 조금 납작한 타원형인데 역시 새똥처럼 보인다. 참 재미있는 녀석이다. 약 20일 정도의 번데기 기간이 지나면 우화한다.

애벌레는 새똥처럼 생겼는데 왜 이름은 금빛갈고리나방일까? 어른벌레를 보면 궁금증을 풀릴 것이다. 성충이 처음 우화했을 때 날개에 금빛 비늘이 있다고 한다. 2013년 9월 1일, 불태산에서 어른벌레를 처음 만났다. 좀깨잎나무에 앉아 있는 녀석, 이름에 걸맞게 생겼다. 조금 연한 금색이었지만 날개끝은 갈고리 모양이 선명하다. 이렇게 이름을 붙여주면 기억하기 참 좋을텐데….

2015년 8월 29일, 용추폭포 가는 계곡이다. 단풍마 잎사귀에 멋진 녀석이 앉아 있다. 그냥 지나치려다 뭔가 있는 것 같아 자세히 보니 금빛 찬란한 날개가 보인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전혀 움직임이 없다. 편하게 쉬고 있는 모양이다.

애벌레와 어른벌레의 특징을 파악하여 관찰하고 기록하여 독자와 함께 할수 있어 정말 좋다. 멋진 모습을 보여준 금빛갈고리나방이 고맙다. 계속 만나볼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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