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내로남불의 논리가 적용되는 한 변화는 없다
김용훈(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임기 1년여를 남기고 불명예스러운 퇴출로 빈 두 도시의 시장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굳이 투표를 거치지 않아도 누구의 손이 들어질지 예측할 수 있는 투표였다. 여당의 휘몰이에 지친 국민들은 여지없이 국민의힘 당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선거일에 임박하도록 후보단일화로 설왕설래 했고 급하게 시작한 선거운동으로 잠시 선거 특유의 활기가 넘치나 했지만 후보자의 공약이 들리기보다 상대 후보의 비방과 모략만 넘쳐났다. 거대 여당이 혈압을 올리며 한 표를 호소했지만 거듭되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LH투기 사건의 비리 등 여당이 표를 얻어야할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서울과 부산에서 딱히 새로울 것 없는 후보들이 시장직을 차지하게 되었다. 후보자들의 공약이나 능력이 우수한 것이 아닌 집권정권의 정책실패와 상대의 비방이 표심을 바꿨다.

예년처럼 선거에 책임을 지고 민주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고 원내대표를 새로 뽑고 일하는 정당, 유능한 정당이 되고 국민의 사랑을 받겠다고 한다. 임기를 1년 앞둔 문재인 대통령도 참모진을 새로 채웠다. 멀어진 민심을 잡고 임기 끝까지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새로 인선한 인재들이 새로운 분위기를 잡아줄 것 같지 않다. 국무총리와 내각의 재원들을 바꿨다고 하지만 새로운 인사가 없고 계파적 인사를 피했다고 하나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선거의 결과가 임기를 1년 앞둔 이번 정권의 성적표다. 여당의 압도적 의석수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잇단 정책의 실패로 국민들에게 부담만 지운 정권에서 LH투기 사태는 민심에 불을 붙였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품고 기다리던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이에 변화를 약속하며 개편의 칼을 들었지만 구성요원들을 꼼꼼히 짚어보면 이번 정권에서는 결코 새로움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무엇보다 친문계가 진두지휘하는 상황에서 쇄신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뼈저린 선거의 실패를 통감했다면 귀를 열어 국민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무엇 때문인지 알아야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어제의 그들이 다시 보직을 바꿔 지도부로 만들면 혁신을 만들 수 있을까.

내년이면 끝날 수장에게 충성하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공산이 큰 그들에게 얼 만큼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직위일수록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은 시종일관 적폐와 쇄신을 외쳤지만 남은 것이 없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권력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국정을 바로 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성장이 경고등을 켰고 코로나 사태로 달라진 경기를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다. 한두 푼의 재난지원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나라 빚을 내서 퍼주는 지원금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름만 바꾸고 사람만 돌려쓴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다. 습관처럼 핑계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다.

포장지만 바꿀 것이 아니라 내용물을 바꿀 차례다. 4년 동안 주장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였으니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1년여를 남기고 레임덕으로 들어섰다. 임기를 마치려니 그동안의 성적을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의 레임덕을 가속화 시키는 것은 정책실패와 비리다. 대통령중심제가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개각으로 정국을 바로 하고 싶다면 국정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직언을 할 참모들을 가까이 하고 국민들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 국민들은 침체된 경제에 영업시간도 제한되고 감염병을 막을 백신도 맞지 못하고 있다. K-방역으로 세계에 이름을 날리던 우리의 방역은 지금 진퇴양난이다. 유례없이 길어진 재난 상황에 국민들이 기댈 곳이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을 거두고 희망을 심어줄 의무가 있다. 달라진 정권이나 정당의 새 옷이 아닌 국민들이 처한 상황을 바꿔줄 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매 정권이 반복되는 오류를 거듭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수준을 높이려면 반복의 오류를 넘어서야 한다. 내로남불의 논리가 적용되는 한 우리는 변화를 만날 수 없다. 나라를 위해 당리(黨利)와 사욕을 넘어선다면 우리가 만나는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변화의 시작은 남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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