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23) 물과 물그림자

<제4화>기생 소백주 (123) 물과 물그림자

그림/신주현(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신주현(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서방님, 제가 천한 기생으로 살면서 술과 노래와 몸을 팔면서 만난 세상의 집안 좋고 돈 많고 머리 좋고 재주 좋아 지위 높은 잘난 사내놈이란 사내놈들은 다 한갓 허영과 권세와 돈에 물든 속물들뿐이었지요. 서방님을 만나 세상의 허영과 허접한 것들을 다 물리쳤으니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서방님과 함께 정의롭고 참된 사람의 길을 살아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봄이 오면 꽃과 함께 더불어 살면 되고 또 겨울이 오면 찬바람 얼음 속을 함께 견디며 살면 되지 않겠어요. 이 물을 보세요. 서방님! 저 물이 바위를 끊임없이 핥고 지나가면서 제 몸을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노래라고 한다면 서방님과 이 몸이 함께 살아가는 동안 부대끼는 소리도 저렇게 영원히 저승까지 들려도 좋을 맑고 깨끗한 청량(淸亮)한 노래라면 좋지 않겠어요.”

소백주가 발밑 돌 바위틈을 재잘재잘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맑은 시냇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으음!……노래라! 노래라!……과연 그대는 재색(才色)뿐 아니라 청아하고 고결한 마음에 슬기로운 지혜까지 모두 겸비한 천하제일의 여인 소백주입니다 그려! 참으로 훌륭하고 훌륭합니다!……내 그대가 북이라면 북채가 되고!……그대가 물이라면 내 저 물그림자가 되고!……”

김선비가 깊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찬탄을 하며 말했다. 김선비와 소백주는 멀리 푸르게 열린 가야할 길을 함께 마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 짓는 것이었다. 김선비와 소백주가 상주에 도착하고 달포 뒤 천지가 진동하는 늴리리 둥둥 하는 풍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주 고을의 아전과 관속들이 새로 상주 목사로 부임할 김선비에게 상감마마의 교지를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풍악소리가 김선비 집 앞에 당도하더니 풍악을 울리던 아전과 관속들이 상감마마의 교지를 김선비에게 올리고 상주목사 부임을 축하했다.

“상감마마의 명입니다! 상주목사님은 어서 가마에 오르시오!”

김선비가 나서서 상감마마의 교지를 받아들고 가마에 올랐다. 김선비의 늙은 어머니며 처자식들과 소백주와 온 마을 사람들이 그 순간을 함께 했다. 김선비는 그 길로 상주관아를 향해 가서 상주목사의 일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삼일 뒤 김선비는 상주목사 사직서를 써서 상감마마에게 보내겠다고 저녁밥상을 받고 앉아 술을 한잔 하면서 소백주에게 말했다. 상주관아에 와서 함께 기거하던 소백주가 고작 삼일 만에 김선비가 사직서를 올리고 상주목사를 퇴임하려는 것을 보고 말했다.

“어이하여 서방님은 그 상주목사 자리를 그만 두시려 하는 것입니까?”

김선비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상주목사 관복을 벗으면서 소백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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