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알락나방과 중 우리나라 ‘유일 종’희귀
노랑바탕에 검은 줄 있는 빨대주둥이 발달
집단으로 생식하다 크면 흩어져 사는 특성
집단으로 이동 화살나무 등 먹잇감 ‘초토화’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29> 노랑털알락나방

사진-1 노랑털알락나방애벌레(2014년 6월 7일 성삼재)
사진-2 노랑털알락나방애벌레(2018년 4월 25일, 용추폭포)
사진-3 노랑털알락나방애벌레(2019년 4월 20일, 의중마을)
사진-4 화살나무(2017년 10월 22일, 불태산)
사진-5 노랑털알락나방 (2019년 11월 10일, 접도)

털알락나방과(Phaudidae)중 우리나라에 딱 1종이 알려져 있는데 녀석이 바로 노랑털알락나방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알락나방과(Zygaenidae)였는데 빨대주둥이의 퇴화 여부로 털알락나방과로 분류한 것 같다. 알락나방과의 나방들은 빨대주둥이가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 주변에는 화살나무, 회잎나무, 사철나무, 노박덩굴 등 노박덩굴과의 나무들이 많다. 4~5월이면 이런 나무들에서 노랑바탕에 검은줄이 있는 애벌레들을 볼수 있다. 듬성 듬성 긴 털이 있는데 바로 노랑털알락나방애벌레다.

어려서는 집단으로 모여서 살다가 다 자라면 흩어지는데, 대발생하는 경우 나무의 잎이 거의 남아나지 않는다. 2019년 4월 20일, 금계~벽송사 구간 모니터링을 하면서 의중마을에서 대발생한 노랑털알락나방애벌레를 본적이 있다.

화살나무를 울타리로 조성해놓은 마을이었는데 거의 모든 나무들이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화살나무는 네 갈래로 갈라지는 황록색의 자잘한 꽃도 멋있지만 가을에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수로 인기가 많은 나무다. 이렇게 피해를 본 화살나무는 다 죽는 것일까?

자연의 섭리는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잎을 다 먹어치우는 녀석들도 번데기가 되어야 어른벌레로 우화할수 있으니 녀석들이 번데기를 틀 때 다시 잎을 틔우며 조금은 더디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노랑털알락나방애벌레들은 다 자라면 가지의 밑 부분이나 잎 사이에 갈색의 약간 납작한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어 10월에 우화한다. 먹이식물 주위에선 짝짓기를 하는 녀석들을 종종 관찰할수 있다.

주위의 많은 회원들이 노랑털알락나방이 산란하는 모습을 봤다며 자랑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내겐 그런 행운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흔하게 보이는 종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2019년 11월 10일, 진도 접도로 떠난 숲기행. 드디어 녀석들을 만났다. 그것도 한꺼번에 세 마리가 사철나무 가지와 잎에 나란히 앉아 알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장관이다. 어른벌레의 배는 노란색에 검은색 털들이 섞여 있고, 특히 배 끝에는 털뭉치가 있는데 산란을 하면서 이 털들이 알 사이에 섞이는 모습은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많은 회원들 앞에서 목에 조금 힘을 주며 노랑털알락나방의 생태에 대해 열강(?)을 토해 보았다.

아마도 10월말쯤 우화하여 짝짓기하고 풍부한 먹이식물 가지와 잎에 줄지어 알을 낳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알 상태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이면 깨어나 먹이식물을 초토화 시킬 것이다.

주변의 사철나무에 빼곡이 박힌 수많은 알들. 과연 어느정도가 애벌레 시기를 지나 어른벌레로 성장할수 있을까? 겨울을 나며 얼어죽기도, 알 상태에서 거미나 다른 천적들에게 먹히기도, 또 애벌레로 깨어나 잘 자라다 기생을 당하거나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할 것이다.

수많은 천적들이 우글거리는 자연의 세계, 그래서 자연은 더욱 신비하다. 사철나무 입장에선 녀석들이 나른 나무에 알을 낳고 그곳에서 살기를 바라겠지만 노랑털알락나방애벌레들은 사철나무가 더 좋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곳은 오로지 자연만이 알 것이리라. 또 다른 숲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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