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간 부익부 빈익빈, 이젠 노동자끼리
노정훈 (남도일보 경제부 부장대우)

코로나19 여파로 불황의 골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계층간에 벌어졌던 현상이 이제는 같은 계층, 그것도 과거 함께 잘 살아보자고 피를 흘렸던 노동자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당혹스럽다.

최근 발표된 각 은행의 올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연평균 급여는 2017년 9천25만원에서 지난해 9천800만원으로 3년 새 775만원(8.6%) 늘었다. 1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앞서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IT 기업들의 평균 연봉도 1억원을 넘겼다. 여기에 대한민국 ‘최고 대우’로 꼽혀온 삼성전자도 올해에는 평균 7.5%의 임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최근 10년 내 최고 인상폭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지난해 기아 직원의 평균 급여가 1억원에 육박하는 9천100만원이다. 2019년에 비해 직원은 223명 줄었지만 평균 임금은 500만원 가량 올랐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등 영향으로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보전받은 임시·일용직은 지난해 12월 월평균 임금이 전년(2019년) 동월보다 12만2천원(상용직은 8만1천원) 늘었으나, 전체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56.6% 수준에 머물렀다. 임금 차이는 272만 6천원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기업 787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신입사원 평균연봉’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대기업의 평균연봉은 4천121만원이고 중소기업의 평균연봉은 2천793만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등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은 코로나19로 회사 상황이 어려워 임금협상 얘기를 꺼낼 수도 없는데 대기업 직원들의 최근 연봉 인상 경쟁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수 밖에 없다.

과거 생존을 위해서 계층간의 계급 투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 노동자들끼리 밥 그릇 싸움을 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은 아닌지 물음표가 생긴다. 씁쓸하기 짝이 없다.

얼마전 주 52시간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취재하는 과정 중 광주지역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워라벨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됐다”면서 “그러나 우리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대기업 다니는 직원들이야 하루 8시간만 근무하고 수백만원 많게는 1천만원 가까이 월급 받아서 여가 시간에 개인취미도 하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 노동자는 잔업수당이 줄어들어 8시간 근무하고 또 다른 일을 찾고 있다. 이렇게라도 해야 겨우 먹고 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도 대기업 근로자들은 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냈으니 성과금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중소업체 근로자들의 가슴 한 곳에서는 분노가 치솟는다. 같은 하늘아래에서 똑같이 일해도 임금을 절반 밖에 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의 잘못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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