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에도 생소한 노랑갈고리나방 관찰 ‘큰 위안’
전형적인 갈고리나방 특징 그대로 듬뿍 간직
뒷가슴 돌기 뭉퉁 흡사 말 안장 손잡이 모양
번데기 초령 과정 볼 수 없어 아쉬움 가득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26> 노랑갈고리나방

 

사진-1 노랑갈고리나방애벌레 (2018년 7월 11일, 제2수원지)
사진-2 노랑갈고리나방애벌레 (2018년 7월 17일, 동천동)
사진-3 노랑갈고리나방번데기 (2018년 7월 18일, 동천동)
사진-4 노랑갈고리나방 우화 후 번데기 (2018년 7월 23일, 동천동)
사진-5 노랑갈고리나방 (2018년 7월 23일, 동천동)

무등산에서 식생이 가장 좋은 곳을 꼽으라면 장불재에서 규봉암을 거쳐 신선대 삼거리에 이르는 곳이 첫째라 할수 있으며, 두 번째는 제2수원지에서 용추폭포 가는 계곡이라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다양한 나무와 풀꽃 그리고 야생화를 관찰할수 있으며, 먹이가 풍부한 만큼 이것을 먹고 사는 많은 나방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 곳이다.

2013년 3월,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전 용추폭포가는 길은 찾는 사람도 그리 많지않아 정말 생명의 보고였는데 광케이블 공사로 등산로 옆을 파헤치고,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다보니 점점 애벌레들을 만나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2018년 7월 11일, 수원지를 따라 애벌레를 찾아 나선다. 오늘은 어떤 녀석들을 만날까 기대하면서 짙은 녹음속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평소 보던 녀석들만 가끔 보인다. 조금은 실망스럽다. 아직 한낮이 되려면 멀었는데 온몸에 빰이 비오듯 흐른다. 눈에 많이 익은 가막살나뭇잎에 뭔가 보인다. 얼핏 보니 참나무갈고리나방 애벌레 같다.

그런데 좀 다르다. 생김새는 거의 같은데 뒷가슴의 돌기가 뭉퉁하다. 조심스레 샬레에 담아 충분한 먹이와 함께 집으로 데려와 관찰을 시작한다. 열심히 도감을 뒤져보니 노랑갈고리나방 애벌레다. 출현시기는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로 되어 있고 우화시기는 아예 언급도 없다.

나무 껍질 밑에서 애벌레로 겨울을 지낸다고 기술되어 있어 나무 껍질을 준비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 6일이 지났다. 데려올 때 보다 많이 자랐다. 잘 먹으며 똥도 크게 잘 싼다. 종령이 되어가니 뒷가슴의 돌기가 말 안장에 있는 손잡이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태로 계속 먹으며 살다가 겨울이 되면 나무 껍질 밑으로 들어가는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하루가 더 지나니 나뭇잎을 말고 번데기가 되어 버렸다.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걸까?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기다려 보는 수밖에.

2018년 7월 23일, 번데기가 된지 5일째. 노오란 날개를 퍼드득 거리는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전형적인 갈고리 나방의 특징을 가진 멋진 녀석이 우화를 한 것이다. 멋쟁이갈고리나방과 많이 닮은 노랑갈고리나방. 도감에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어서 자세한 생태를 알기 힘들었는데 우화과정을 보게되어 다행이다.

한 종의 나방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알에서 깨어나는 부화에서부터 번데기를 거쳐 우화하는 과정까지 관찰해야 하는데 초령과정을 볼수 없어서 아쉽다. 채집해왔던 용추계곡에 녀석을 날려 주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짝짓기하고 알을 낳을 것이다. 충분한 사육 여건이 되고, 여러 마리를 채집하여 우화시킬수 있다면 짝짓기 과정을 거쳐 알을 받고, 언제 부화하는지도 알수 있을 것이다.

애벌레 한 마리도 겨우 발견했는데 언제 그런 기회가 올까? 더 이상 욕심은 부리지 말자. 이렇게 노랑갈고리나방의 생태를 일부나마 알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자. 애벌레 따로, 어른벌레 따로 간단하게만 기술되어 있는 도감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되었던 것들을 애벌레, 번데기 기간 그리고 우화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관찰하면서 기록하고 독자들께 소개할수 있어서 너무 좋다. 더욱 신비스럽고 흥미로운 나방의 세계를 찾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할 이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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