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가 만난 사람-세종문화상 수상한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문화재는 역사의 거울…말없이 숨쉬며 새로운 미래 제시”
25년간 ‘전통문화 지킴이’ 헌신
공로 인정받아 ‘세종문화상’ 수상
상금 3천만원 문화꿈나무 위해 기부
1995년 (사)대동문화재단 창립 운영

우리나라 역사·문화 보존계승 앞장
대동전통문화대상 제정 장인들 격려
인문학스토리 ‘달인’…1천200회 강의
“문화는 나눔으로 그 울림 더 커져.”

25년동안 ‘문화재지킴이’ 한 길을 걷고 있는 조상열 대동문화대단 대표. 조 대표는 우리 전통문화 보존, 계승에 앞장선 올로를 인정받아 올해 한글날 기념식에서 ‘세종문화상’을 수상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문화와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지난 25년 동안 역사 문화유산 현장을 찾아 발품을 팔아온 조 대표는 우리 역사문화 스토리의 ‘달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는 전국을 누비면서 우리 역사문화를 답사하며 현장의 숨겨진 이야기를 강단에서 생생하게 담아낸다. 그동안의 체험적 노하우를 구수한 입담과 맛깔스럽게 풀어가는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조 대표에겐 ‘강의와 답사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이런 그가 얼마 전 ‘세종문화상(한국문화 부문)’을 수상해 다시 한번 화제의 인물이 됐다. 조 대표를 만나 역사문화 스토리 명강사, 문화지킴이로서 활동한 배경과 성과,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올해 한글날 기념식에서 ‘세종문화상’을 수상했다.
-세종문화상 수상은 저 개인과 대동문화재단의 큰 영광이다. 더불어 문화계에 종사하는 분들과 우리 지역으로서도 경사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모두들 축하해 주셔서 큰 기쁨으로 여긴다.

▶세종문화상은 어떤 상인가.
-세종문화상이란 세종대왕의 위업을 기리고 창조정신을 계승하고자, 창달에 이바지한 개인 또는 단체에 주는 상이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 시상하는 상이다. 문화분야에서 가장 큰 권위가 있고 상금이 많은 상으로 한국문화, 학술, 국제문화교류, 문화다양성, 예술 등 5개 분야를 시상한다. 사실 처음에는 나도 세종문화상이 어떤 상인지를 잘 몰랐다. 그저 대통령상 정도인가 했다. 39년이나 된 역사가 깊은 상인데 홍보가 안 되어 있었고, 특히 이 지역에서는 더욱 관심 밖에 있는 상이었다. 시상식때 박양우 문체부장관께서 “많은 국민들이 세종문화상을 잘 모른 것 같아요. 문체부에서 주는 상으로는 가장 큰 상인데 말입니다”라고 하더라.

▶아주 의미있는 상인데, 남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다.
-수상 후 어떤 모임에 갔더니 한 분이 “세종문화상은 정말 큰 상이다. 대통령상은 공무원이나 민간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일 년에 전국에서 백여 개 전후에서 시상되지만 세종문화상은 1년에 5개 밖에 안주는 귀한 상이다”라며 축하를 해주어서 더욱 기뻤다.

제1회 대동전통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함께.(왼쪽 3번째가 조상열 대표)

▶상금이 3천만원으로 꽤 많다.
- 신청 당시에는 상금이 그리 많은 줄 몰랐다. 5개 분야 총 상금이 3천만 원 인줄 알았다. 그런데 수상자 각각에게 3천만 원 상금을 준다는 것에 놀랐다. 사실 정말 그 큰 금액을 줄 것인가 하는 의아심도 들었다. 수상자로 결정된 뒤 2009년 기준 문화상기준 현황비교표를 보니, 3천만원 상금과 대통령 표창을 주는 상은 세종문화상 하나 밖에 없었다. 3·1문화상과 5·16 민족상은 상금은 3천만 원인데 대통령표창은 없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은 상금 1천만 원에 대통령표창이 있지만 상금이 적어서 권위가 떨어진 것 같다. 상의 위상은 상금으로 말해준다 할 수 있다.

▶상금을 전액 기부했는데.
- 제가 받은 상금 3천만 원은 개인이 쓰란 돈이 아니다. 전통문화발전을 위해 더욱 힘쓰란 뜻으로 준 것이다. 그래서 전통문화의 미래의 꿈나무 육성을 위해 쓰기로 하고 대동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대동전통문화대상’에 상금전액을 기부 했다.

▶대동전통문화대상은 어떤 상인가.
-대동전통문화대상은 2019년에 처음 제정된 문화상이다. 1995년 창립 후 전통문화지킴이로 매진해 온 대동문화재단이 문화 나눔의 일환으로 상을 제정했다. 우리사회에는 전통문화 분야에 평생을 매진하면서 장인(匠人)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너무도 열악한 환경과 소외 속에서도 우리 문화를 위해 혼신을 다하면서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분들을 위로 격려하고 후원하면서 그 가치를 공유하고자 시상을 하는 상이다. 작년 첫 해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했고, 올해도 얼마전 2회 수상자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이달 2일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연기됐다.

▶대동문화재단을 25년째 이끌고 있는데.
-사단법인 대동문화재단은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을 통해 정신적인 풍요와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가고자 공동체문화를 지향하는 시민문화단체이다. 대동문화재단의 첫 출발은 1995년 우리 문화유산 답사로부터 시작했다. 뜻을 함께하는 전라도 지역 20여 명의 청년들이 모여 ‘우리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전통문화 계승발전에 기여 한다’ 는 취지로 창립했다. 대동문화재단의 ‘대동’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옛 지도 ‘대동여지도’에서 빌려왔다. 내가 비록 전라도 사람이지만 전라도 문화나, 마한 또는 백제 문화에 천착하지 않고, 시대를 떠나 우리나라(大東) 곳곳의 역사문화를 공부하면서 문화로 하나 되고자 하여 ‘대동문화’라 이름붙였다. 바로 ‘문화로 하나 되는 대동정신’이다.

문화재지킴이날 선포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는 조상열 대표.

▶대동문화재단이 발간하는 ‘대동문화’를 설명해달라.
-대동문화는 격월간지로 발행되는 문화매거진이다. 만 25년이 됐다. 대동문화하는 처음부터 지금처럼 좋은 잡지로 기획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답사 갈 때 그 지역의 역사문화 자료를 모아 복사판으로 찍어냈는데 당시 이름은 ‘역사의 숨결따라’였다. 그러니까 대동문화 전신은 초기에 ‘역사의 숨결따라’ 이름으로 안동판, 경주판, 진도판, 보성판 식으로 답사자료집으로 발간됐다. 1998년 무렵, 예향 광주에 문화잡지가 하나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지 ‘금호문화’가 22년 만에 폐간되고, 모 신문사에서 17년간 발간하던 잡지도 발간을 멈췄다. 당시 제가 이사장으로 모셨던 언론인 고 신용호씨가 대동문화에서 잡지를 발간하자며 저를 설득했다. 그래서 ‘역사의 숨결따라’라는 답사자료집을 탈피하면서 전라도의 문화와 예술을 담아내는 오늘의 전통문화잡지 ‘대동문화’가 탄생했다. 창간당시 계간 발행하던 것 을김양균 변호사를 중심으로 후원조직인 대동문화운영이사회(현재 이사장 허정)가 조직되면서 오늘날 격월간으로 펴내고 있다.

▶재단 운영과 잡지 발행 재원도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대동문화재단도, 대동전통문화대상도 특정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은 아직 없다. 단 특별한 후원자라면 2007년에 100여명의 CEO들로 조직된 대동문화운영이사회(이사장 허정)가 있다. 또한 시민후원자인 동학 회원들이 매월 1만원씩을 후원해 주는 것이 큰 힘이다. ‘대동전통문화대상’의 경우 상금과 운영비 등 일체를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운영된다는 데 그 뜻이 남다르다. 십시일반 시민들의 성의껏 기부 후원을 모아서 나누는 문화는 큰 힘을 발휘한다. 대동문화재단을 창립 운영하고 있는 정신은 문화 나눔의 공익 단체이다.

▶25년동안 역사문화 ‘한길’을 걷고 있는데, 지금의 ‘조상열’ 있게 된 계기는.
-역사문화인으로서 걸어온 길은 지금은 보람있는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저는 어려서 불우한 환경 탓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중·고 과정을 마쳤다. 초등학교를 졸업후 직장생활을 전전하다가 공부가 하고파서 한문학원에 다녔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 인가 호남한문학원이 광주 호남동성당 별관에 있었는데, 고 오지호 화백 등이 명예원장으로 있으면서 후진양성을 했다. 이곳에서 공부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시작했고, 이후 20대 초반부터 한문강사를 하면서 후진양성을 했다. 후배 제자들 주축으로 매월 스터디를 했는데, 이들이 1995년 6월 현장 학습차 담양, 화순 등의 누정을 찾아 답사를 하면서 답사전문단체인 대동문화연구회가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 솔직히 지금처럼 큰 단체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립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럴 만큼 시야가 넓지를 못했다. 제가 우리 역사나 전통문화에 관심은 많은데 너무나 무지해서 공부하고자 하는 생각이 더 컸다.

격월간지 ‘대동문화’ 잡지.

▶인문학 강사로도 유명한데.
- 20여년 전부터 역사문화 현장을 대기업체 임직원 등과 함께 답사 하면서 알려지고, 전국적인 인문학 강사가 됐다. 지금까지 1천200여회가 넘는 강의를 했다. 강의는 역사와 전통문화, 문화재 등에 담긴 옛 사람들의 삶의 인문적 스토리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간다. 입으로 말을 잘한다해서 사람들은 인문학이 아닌 입문학(웃음)이라 부르기도 한다. 내용은 ‘역사문화 속으로 여행’으로 진행한다. 현장답사 경험을 토대로 예와 오늘의 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의 눈으로 어제의 삶을 보는 것이다.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를 결성했는데.
-전국에 저희 대동문화처럼 문화재지킴이 활동하는 크고 작은 단체들이 100여개 이상이 있다. 제가 2015년 (사)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를 결성했고, 초대 회장으로 재임당시 6월 22일을 ‘문화재지킴이날’로 제정 선포한바 있다. 이날은 임진왜란 당시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을 민간인들이 전란의 위기에서 구해 내장산으로 옮겨 지켜낸 날로 우리 역사와 문화재를 지킨 뜻 깊은 날이다. 6월 22일 ‘문화재지킴이날’이 국가기념일이 될 수 있도록 국민 홍보와 서명운동을 해오다가 코로나 상황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우리는 왜 문화재를 사랑해야 하나.
-우리는 과거라는 역사의 거울을 통해서 선조들의 지혜와 삶을 배우고 미래를 예견하면서 살아간다. 국토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는 우리 선조들의 삶이 오롯이 배어 있기 때문에 역사박물관이다. 그 속에는 과거의 발자취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우리의 얼굴이자 자긍심이다. 문화재에는 선현들의 숭고한 얼과 말없는 가르침이 있는 만큼, 우리는 이러한 숭고한 가르침을 통해 역사 문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내일의 바른 삶을 위한 좌표로 삼아야 한다. 말없이 살아 숨 쉬며 우리를 늘 일깨워 주는 문화유산은 마땅히 계승 보존 되어야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문화재를 통해서 역사는 과거가 아닌 살아있는 현재이자 새로운 미래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와 가치를 바로 알기 위해 초라하고 궁벽한 현장이라도 열심히 발품을 팔며 찾아다닌다.

▶조 대표의 문화재 사랑 정신이 더 확산되길 바란다. 끝으로 한 말씀 한다면.
- 문화재와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25년 전부터 대동문화는 오직 우리 것의 소중한 가치를 국민들과 함께 공유 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대동문화가 추구하는 정신과 가치가 지역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곳곳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문화는 나눔으로서 그 울림이 커진다. 뜻있는 분들의 동참과 후원을 기다린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조상열 대표가 걸어온 길

-전남 나주 출생(1958년)

-우석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사)대동문화재단 대표

-대동문화 편집인·발행인

-(사)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초대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제18회 세계김치문화축제위원회 위원

-전남도국제농업박람회조직위원회 위원-

-세종문화상 수상(2020)

-한국평화언론대상 문화대상(2018)

-자랑스런 나주향우인상(2017)

-한국잡지협회 특별발행인상(2016)

-문화유산상 봉사활용부문 대통령상 (2011)

-문화재청장상(2010)

-문화부장관상(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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