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현관 해남군수의 남도일보 자치단체장 칼럼

지역경제 구원투수 ‘해남사랑상품권’

명현관(해남군수)
 

땅끝 해남,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이제 해남은 서울에서 세 시간 반, 넉넉잡아도 네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사통팔달 뚫린 도로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내 집 안방 드나들 듯 인근의 도시로 쇼핑을 할 수 있다. 풍족함이 넘치는 대도시가 가까워지는 일, 삶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일까?

역설적이게도 지역민들의 구심점이 되어왔던 작은 거점들은 힘을 점점 잃어간다. 집중화는 블랙홀이 되어 더 큰 집중화를 부를 뿐 균형과 배려를 용납하지 않는다.

지방 고유의 문화가 사라져가고, 이웃 간의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간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의 집중화이다. 대도시로 집중되는 경제는 사람을 떠나게 하고, 결국 지역의 공동화를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의 시대, 비대면이 일상이 된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가장 큰 피해가 사회의 취약계층이듯, 경제의 가장 큰 피해 또한 지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로 일상마저 멈춘 지금의 현실은 지역경제를 깊은 침체기로 몰아넣고 있다. 생명을 지키는 감염병 방역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방역이 시급한 때이다.

해남군은 해남사랑 상품권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해남사랑 상품권은 해남 지역 내에서만 쓰이는 일종의 지역 화폐이다.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에서 돈이 돌고 도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개념이다.

해남군은 지난해 4월부터 해남사랑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첫해 170억 원을 시작으로 올해는 1천250억 원까지 늘었다. 2년 연속 전남도내 최대 규모이다. 판매 실적도 최단기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판매액만도 1천100억 원을 돌파했다.

애초 올해 발행 규모를 300억 원 정도로 예측했던 우리조차도 놀라울 정도로 해남사랑 상품권에 관한 관심과 성원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해남 상품권의 판매 활성화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한 상품권 유통의 기반 마련과 상품권 발행 취지에 공감한 지역민들의 의지가 더해진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권 유통을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곳, 즉 가맹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필수이다. 상품권을 처음 도입하는 지자체가 보통 500~700개의 가맹점에서 출발하는 데 비해 해남군은 1천700여 개소가 처음부터 가맹점으로 참여해 활성화에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해남사랑 상품권 가맹점은 3천375개소에 이르고 있다. 땅끝마을 어딜 가나 쉽게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군민들의 해남사랑 상품권을 사용해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의지도 더해졌다. 해남군이 전국 최초로 시행한 농민수당은 논의 끝에 전액 해남사랑 상품권으로 지급됐다. 농민과 소상인의 상생하는 지역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기관·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상품권 구매 릴레이 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곗돈도 해남사랑 상품권으로 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민들의 상품권에 대한 사랑도 지극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재난지원금과 63억여 원 규모의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 자금의 일부도 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해남군의 이 같은 선례는 대부분 지자체에서 올해 코로나19 관련 각종 지원금과 전라남도 농어민수당을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려운 시기,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해남사랑 상품권은 해남형 경제방역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해남사랑 상품권은 내년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카드와 모바일형 등 전자화폐로도 발행된다. 비대면 추세에 맞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용자의 편의가 한층 증대된다. 상품권 발행 규모도 1천300억 원까지 늘리고, 이를 위한 국비 105억 원도 확보한 상태이다.

해남은 아직 코로나 지역 발생이 일어나지 않은 청정 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몇 곳 되지 않는다고 한다. 행운이 이어진 측면도 있지만 선제적인 방역 대응과 군민들의 합심이 이뤄낸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역을 든든하게 떠받들어온 해남사랑 상품권의 역할도 컸다고 본다. 우리 경제의 구원투수, 해남사랑 상품권이 코로나를 이기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