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 남도일 상무 남도 섬 이야기
■여수 안도-연도

몽돌밭 걷다 보면… 쏴아∼ 들리는 파도소리
기러기섬에서 편안한 섬으로황금어장 중심 안도
다도해 끝섬 소리도 비취색 바다에 몸과 마음 정화
유람선에 오르니 기암괴석과 동굴들 절경에 ‘감탄’

남도 섬사람 탐방단을 태운 유람선이 소리도 검은바위 옆을 지나고 있다.
소리도 해안 절벽과 코발트색 바다. 해안에서 수평선까지 이어진 바다는 머리끝까지 온 몸을 정화시킨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소리도 기암괴석과 바위굴들.

소리도 등대에서 보이는 천하일경을 감상하기 위한 섬사랑 탐방 버스는 정각에 출발했다. 상쾌한 새벽 공기 때문인지 예감이 좋다.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기막힌 곳이라는 추천이 기대감을 높였다. 소리도는 솔개(소리) 모양 섬이라고 신라시대부터 소리도라 불렀는데 일제 때 개명하여 솔개연(鳶)의 연도가 되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지구의 끝섬이 연도다. 하루 두 번 왕복하는 여객선 때문에 1박은 필수인데, 탐방단은 당일코스에 도전했다. 버스-배-버스-배를 갈아타는 여정이 만만치 않을 터, 연도 동백 숲 트래킹까

남도 섬사람 회원들.

지 예정하고 유람선으로 다도해해상공원 유람까지 한다고 하니 무리는 아닌지 궁금했다.

잘 닦인 화순방면 도로를 타고 보성IC에서 호남고속도로에 올라 순천-여수, 엑스포공원을 지나니 돌산대교를 건너서 돌산항이 눈에 들어온다. 금오도 여천항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우리는 돌산항을 지나쳐야 했다. 향일암 쪽으로 3km 더 가니 자그마한 마을항구 ‘신기항’이 코앞에 다가왔다. 돌산항에 비하면 선착장쯤으로 보이는 적막한 항구에 차량으로 줄을 섰다.

금오도 여천항으로 가는 여객선을 차량까지 도선하려면 30분전 도착해 줄을 서야한다. 만선일 경우 차량이 승선하지 못해 배를 놓칠 우려가 있다. 서둘렀는데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아 차분히 매표했다. 선사는 같지만

소룡단을 오르는 남도 섬사랑 회원들.

돌아오는 배를 예약할 수 없었다. 돌아오는 마지막 배를 탈 때도 긴장해야 할 것이다.

한림페리 9호 승선을 기다리며 보이는 화태대교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지구 시작점이다. 돌산도 끝단에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 금오도에는 정작 금오산이 없다. 30분만에 도착한 금오도 여천항의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표지판이 탐방단을 맞이했다. 금오도 비렁길 코스가 유명하다는 걸 실감할 만큼 많은 트레킹객들이 하선했다. 전국에서 오는 여행객들로 인해 신기항-여천항 왕복 여객선이 하루 7회 운행한다.

금오도는 황장봉산으로 벌채를 금했었고, 경복궁 건축자재 공급과 사슴 방목장 등 왕실이 소중히 여기던 섬인지라 사람이 살지 않았었다. 고종 때 해제되어 정주하기 시작한 사연으로 섬의 크기에 비해 주민이 많지 않은 천연자원이 잘 보존된 섬이다.
 

소나무 동백나무 우거져 시원한 숲길, 절벽비탈로 이어져 파도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

섬사랑 버스는 여천항을 뒤로 하고 안도를 향했다. 20여분 달려 아담한 안도대교를 지나 안도에 접어들었다. 안도의 독특한 항포구 모양이 장보고를 떠올리게 한다. 신라시대부터 큰바다를 항해하다 태풍이나 악천후를 만나면 안전하게 대피하는 섬이 안도다. 안도항에는 S자 물길로 진입하여 배들이 정박할 수 있는 자연호수가 있다. 호수는 700m 길이로 넓은 폭이 150m, 좁은 곳은 30m의 구조, 왜적을 피하기도 자연재해를 피

안도항의 자연호수, 건너로 아담한 학교와 방풍나물 발효시설이 보인다.

하기도 최적의 장소다.

자연호수 한쪽으로 예쁜 두 학교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여남중학교 안도분교는 폐교 소식이 들린다. 건강하게 보이는 섬소녀들이 개구진 놀이를 하고 있어 여안초등학교의 생동감을 상상하게 한다. 남면사무소 출장소 옆으로 팬션, 민박, 모텔까지 11개소나 되니 관광인프라가 상당한 것은 과거에도 현재도 금오열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섬이기 때문이리라. 이글루 닮은 방풍나물 발효시설을 지나 몽돌해변에 쌓인 해양스레기 청소에 비지땀을 흘렸다.

새벽부터 서둘렀던 4시간, 드디어 황금수저와 함께 아점 밥상이 엔돌핀을 자극했다. 황금식당의 생선구이와 매운탕 등 성찬은 반찬마다 미각을 만족시켰다. 방풍나물은 양푼채로 동이 났다. 멸치 갈치 황금어장에 어

먼바다에서 들어오는 어선들의 길잡이 소리도 등대.

판장까지 있었던 안도의 옛 영화를 간직한 황금식당 코앞에서 특별맞춤 유람선에 승선했다.

금오열도의 가장 남쪽 섬 연도는 안도와 1km남짓 거리인데 금오도와 200m 다리로 이어졌다. 안도의 항구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길다란 연도 남쪽끝까지 약 9km 거리를 이동하며 기암괴석이 빚어낸 풍광을 감상하도록 했다.

바다를 가르는 포말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며 쾌속선은 기러기 모양의 안도를 벗어나 솔개모양의 연도를 돌았다. 유람선은 코끼리바위를 비롯한 기암괴석과 동굴을 안내하며 쾌속질주와 서행을 반복했다. 바닥이 투명하게 비치는 비취빛 바다와 홍도 흑산도 못지않은 절벽들이 우리의 여정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코끼리바위는 홍도를 옮겨 놓은 듯하고, 솔팽이굴 만작굴, 이심난굴, 용문굴, 심자굴, 정월래굴 등 수많은 굴들과 주변에 까치섬(작도)을 비롯해 알마도, 삿갓여, 검둥여, 마당여, 거북여, 고래여 등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흩어져 있다. 코굴을 마지막으로 유람선은 소룡단 끝 바위에 우리 일행을 내려두고 떠났다.

맞춤형 유람이다. 거대한 바위공룡의 꼬리를 밟고 일행은 암벽등반(?)을 했다. 먼저 오른 사람들은 자랑스레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리 힘들지 않지만 집중해야 했다. 길이 아닌 바위라서 중심을 잃고 구르면 바다에 입수할 수 있어 스릴 있었다. 잠깐의 서스펜스와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다는 신비로움에 신이 났다.

공룡의 등을 연상시키는 능선 위를 걸으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코발트색 바다가 양쪽으로 아찔한 절벽 아래를 물들였다. 왼쪽에는 수면의 코굴부터 수직 절벽 꼭대기 ‘소리도 등대’까지 까마득하다. 오른쪽으로는 파

소룡단 숲길에서 보이는 절벽 풍경과 수평선.

도가 닿는 해안에서 수평선까지 이어진 코발트빛깔이 머리끝을 정화시켰다.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길로 접어들었다. 5월의 강한 햇볕을 가려주는 소나무 숲속을 시원스레 걷는데 솔잎 낙엽이 밟힌다. 해송림이 주는 맑은 산소가 폐를 씻어주고, 절벽아래를 두드리는 파도소리가 귀를 씻어주고, 탁트인 수평선과 바다빛깔이 눈을 씻어주니, 이런 힐링이 또 있을까? 소리도만의 경이로운 소룡단 트래킹, 일품이라 칭하고 싶다.

11. 연도항의 소리도비, 뒤에는 군내버스 기다리기 좋은 정자가 보인다.

소리도 등대에서 소룡단이 한눈에 보인다. 먼바다에서 여수로 돌아오는 어선들이 반갑게 마주치는 등대가 인근 40km를 비추는 ‘소리도 등대’다. 공룡머리처럼 보이는 대룡단 위의 등대가 남해 바닷길을 오가는 어선들의 길잡이다. 환상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대의 그늘에서 간식을 폈으니 한잔 목축임이 빠질 수 없었다. 파도가 대화해 주는 숲길을 두 시간여 걸으니 연도초등학교가 있는 연도항이다.

안도로 나가는 여객선은 역포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군내버스를 타야했다. 안도 황금식당 앞에 있는 수상 가옥에 자리 펴고 잡어회 반찬에 독특한 식사를 하고, 방풍나물을 선물 들고 여천항 막배를 탔다. 신기항을 거쳐 밤 9시에 광주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신비한 섬여행은 마감했다. 해양쓰레기도 정화, 복잡한 내 머리도 정화한 하루였다.

섬마다 또다른 가치와 추억을 느끼게 해 주는 섬여행이 10회가 되었다. 그 중 연도-안도 여행은 특별했다. “하루 두 번 오가는 여객선이 불편하지 않다. 손님 많은 것보다 살기 좋은 마을을 원한다.”는 어르신의 한마디가 잔상으로 남는다. 불편해도 행복한 연도 어르신이 ‘있는 그대로’의 연도가 아닐까?

소리도 등대 앞 여신상.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