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왕국’ 흑산군도…비경이 따로 있었네

남도일보 정용식 상무의 남도 섬 이야기-흑산도<下>
‘보물섬 왕국’ 흑산군도…비경이 따로 있었네

칠락산 정상에서 바라본 항포구
유인도 11개, 무인도 89개, 여(물에 잠긴 바위) 187개등 총 287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어우려져 ‘보물섬 왕국’이라 불리는 흑산군도. 영산도, 장도, 다물도, 상태도, 중태도, 하태도, 가거도, 만재도, 홍도 등 알려진 이름만도 끝이 없을 정도다.

#‘자산(玆山)어보’야? ‘흑산(黑山)어보’야?

흑산도에서 새벽녘 홍어 경매를 지켜보는 맛이 쏠쏠한데 주말엔 경매가 없다. ‘홍어 경매’시장도 좋은 관광상품이 될 듯한데 일주일에 한차례 정도 경매시장이 열린다 하니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아침기운이 상쾌하다. 산소가 많다는 바닷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잘 우러낸 미역국으로 아침 해장을 해서일까?

‘흑산도 밤의 여유(?)’를 즐겼던 피곤을 뒤로하고 해발 270m 칠락산 산행에 나섰다. 적당히 낙엽 싸인 아릅답고 걷기 편한 흙길이다. 길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꽃과 식물은 마음까지 풍요롭게 한다. 1시간여 올라가서 만나는 정상에서의 풍광은 기억에 남을 또 한장의 사진이다. 항포구를 끼고 있는 흑산도 마을 풍광, 탁 트인 다도해의 각양각색의 섬들, 단풍이 적절하게 물 들어가는 주변 산자락들을 보며 비로소 섬여행이 주는 ‘여유와 관대함’을 느껴본다.
 

유람선에 탄 필자

흑산도항 입구엔 ‘기암괴석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 이라는 표지석이 버티고 그 뒤의 ‘자산문화도서관’은 자산어보 관련 자료와 흑산도의 역사와 문화를 전해주고 있다.

이제야 알았다. 자산(玆山)이 흑산(黑山)과 동격어란 사실을…. ‘흑산은 어둡고 처랑한 느낌이 있어 섬사람들은 편지쓸 때 흑산을 자산이라 쓰곤 했다’고 정약전 선생은 전한다. 송암 정약전 선생의 또 다른 호(號)로만 인식했던 ‘자산’이 실은 ‘흑산’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길가 노점에선 각종 수산물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마을 언덕 위 흑산도 성당은 설립 60년 맞이 기념행사가 한창이다. 여름에 전국 바다 수영대회가 열리는 배낭기미 해수욕장의 몽돌 자갈밭을 걸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칠성동굴

#보물섬 흑산군도 -그 섬에 가고 싶다

유인도 11개, 무인도 89개, 여(물에 잠긴 바위) 187개등 총 287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어우려져 ‘보물섬 왕국’이라 불리는 흑산군도. 영산도, 장도, 다물도, 상태도, 중태도, 하태도, 가거도, 만재도, 홍도 등 알려진 이름만도 끝이 없다. 그 중 어머니 섬이라는 ‘대흑산도’ 일정을 끝내고 이제는 보물섬들이 즐비해 있는 바다로 향한다. 흑산도가 자랑하는 우럭회로 점심을 먹고 났더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다행히 바람은 없다. 흑산도를 한바퀴 도는 유람선 관광은 기암괴석과 노송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주변의 60여개 가까운 크고 작은 섬들을 둘러보는 묘미가 있어 홍도유람선과는 사뭇 달랐다.

홍합이 유명하다는 영산도는 흑산도 앞에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 애국가 영상에도 등장하는 코끼리바위(석주대문)는 환상이다. 영산도 이장은 초등학교때 줄곧 1등만 했다고 한다. 전교생이 달랑 한명이었던 영산분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학교와 도서관이 있는 곳, 명품마을 영산도에 가고 싶다.

북쪽으로 가니 대둔도와 다물도가 나타난다. 전복과 우럭의 고장, 흑산군도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지녔다하여 ‘대둔도’라 했다. ‘옆목동굴’을 통해 마을이 보인다. 해산물이 풍부한 천혜의 어장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다물도’는 가두리 양식장도 많고 한때는 ‘흑산도 홍어’가 아닌 ‘다물도 홍어’로까지 불릴 정도의 ‘부자섬’이었다. 학바위, 칠성동굴 등이 아름답다. 하죽도(무인도)는 금강산 만물상을 닮았다는 병풍바위가 장엄하다. 섬 앞의 촛대바위는 흑산군도의 최고의 명품이다. 깎아 지른 바위 위에 하얀 염소들이 위험천만하게 풀을 뜯고 있다. 염소들의 천국이라는 상죽도(무인도)다. 원숭이 바위, 해골바위, 예수님 바위와 고래섬, 연꽃섬, 낙타섬 등 수많은 기암괴석 암초들이 즐비하구나.
 

하죽도 병풍바위

서쪽으로 돌아오니 해발 200m 분지 위의 대규모 산지습지로 유명한 장도가 나타난다. 흑산도 상라산성 전망대에서도 보였다. 가거도와 함께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며 멸종 위기종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한다. 흑산도, 홍도의 유명세에 짓눌린 섬들. ‘흑산도 갔다가 영산도 안보고 오면 헛일이여’라는 말도 있다지만 영산화 활짝 피는 봄날엔 영산도를 가고 싶고 철새들 날아드는 계절에 장도에도 가고 싶고, 해산물이 풍부한 다물도에 가서 바다낚시도 하고 싶다.

그리고 흑산도에서 족히 1시간 30분은 가야할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섬 가거도의 독실산(639m)에 올라 중국 닭울음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 가거도 가는 길. 육지에서 멀어 태고적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세 쌍둥이섬. 남북으로 붙어있는 상태도, 중태도, 하태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진도에서 가면 가까울텐데, 목포에서는 가거도에 들러 5시간은 가야하는 만재도. 한때는 ‘전갱이’잡이로 유명했고 지금은 삼시세끼, 1박2일에 소개되면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흑산군도의 가고 싶은 섬들 생각에 빠져있을 때 유람선은 두시간여 항해를 마치고 3시30분경 포구로 돌아왔다.
 

하죽도 촛대바위

#섬 여행은 아쉬움이 남는다

4시20분 목포행 쾌속선을 탈 생각에 여유를 부렸는데 웬걸, 이미 부두에 정착해 출발을 기다리는 3시30분행 파라다이스 쾌속선으로 시간이 변경되어 있었다. 흩어져 있는 40여명의 회원들이 정신없이 승선절차를 마쳐야 하는 긴박함에도 다행히 낙오 없이 모두 배를 탓다. 해안가 노점에서 흑산도 특산물을 여유롭게 아이쇼핑해 보고 싶었는데, 아쉽기만 했다. 흑산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홍도 갈 때와는 달리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달린다. 여객선 의 차이일까, 아니면 바람 없는 날씨 때문이었을까? 그 해답은 모르겠다.

출발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바다 한가운데에서 ‘다물도’라고 굵직하게 새겨 쓴 쪽배(종선)가 다가오고 네 댓명의 관광객들이 우리 배로 옮겨 탄다. 아마도 바다 낚시객들인 듯하다. 큰 배가 접안할 수 없는 ‘다물도’나 ‘대둔도’에선 이렇게 종선을 이용하여 뭍으로 나간다. 갈 때와는 달리 도초 비금도에서도 배가 정착하여 꽤 많은 승객들이 타고 내린다. 도초와 비금을 연결한 긴다리가 눈안에 들어온다. 신안군 대부분의 섬들을 다리로 연결한다는데, 그때 접하게 될 섬들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져 있을까? 날이 어두워질 무렵 2시간 30분여를 달린 쾌속선은 목포항에 도착했고 1박2일 여정을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느림과 기다림의 여유’를 느낄 수 없도록 바쁜 일정이었기에 남는 아쉬움은 있지만, 12월 여수 개도의 ‘사람길’에서 그 여유를 찾아보기로 기약하며 광주로 향했다.사진/ 김미정 사진작가 제공
 

상죽도 원숭이바위
흑산군도
흑산도 표지석
흑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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