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자동차 산업…車 생태계 붕괴 우려

실적 하락→영업이익 감소→수익성 악화

완성차 부진에 부품 등 협력업체도 직격탄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깊어지면서 자동차산업 전체가 혹한기를 맞게 됐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수직계열화 특성상 완성차업체에 위기가 닥치면 곧바로 협력사와 부품사로 전이돼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5개 완성차 제조사는 일제히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2천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0%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1.2%로 3.8%포인트나 하락했다.

영업이익 2천889억원은 증권가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였던 8천억∼9천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던 2012년 2분기의 2조5천372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그친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2013년까지 2조원을 넘던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이후 1조원대를 유지해오다가 작년 4분기 1조원 밑으로 떨어진 뒤 네 분기째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아차도 영업이익이 1천713억원, 영업이익률은 0.8%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 전환한 것이지만, 지난해 통상임금 관련 비용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익성이 나빠졌다. 역시 증권가 컨센서스(2천억∼3천억원대)를 밑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올해 9월까지 같은 기간 대비 14.4% 줄어든 32만7237대를 생산하는 데 머물렀다.

쌍용차는 올해 3분기 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작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내수 시장에서는 선전했으나 수출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쌍용차의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은 10만2천2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 적다.

지난 5월부터 경영 정상화에 나선 한국지엠(GM)은 여전히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은 총 34만1천349대로 1년 전보다 15.1% 감소했고, 특히 내수 판매(6만6천322대)는 무려 35.3%나 줄었다.

지난 수년간 적자에 허덕인 한국GM은 올해도 상반기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지급한 대규모 희망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을 특별회계 손실로 반영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따라 지난해(8천400억원 적자)보다 올해 적자 규모가 더욱 커져 1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르노삼성도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16.1% 적은 17만1천895에 불과해 고전하고 있다. 내수(-17.1%)와 수출(-15.5%) 모두 부진한 가운데 5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임금 및 단체협상도 타결하지 못한 상태다.

완성차업체의 실적 부진은 자동차산업의 생태계 붕괴와 직결된다. 차가 팔리지 않고 수익성이 악화할수록 협력사로부터 조달하는 부품을 줄여야 하고 이는 부품사의 매출 하락과 공장 가동률 저하, 고용 축소, 품질 저하로 이어져 완성차업체로 그 여파가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부품업계는 이미 그 충격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한 1차 협력부품업체 89개사 중 42개사(47.2%)가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8개사(66.7%)는 적자로 전환했다. 89개사의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8.6% 줄었으며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쳐 작년 1분기 3.7%에 비해 2.8%포인트나 감소했다. 총 28조원 규모인 자동차산업 여신 중 10%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6월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이어 다이나맥,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고 2차 협력사인 에나인더스트리가 지난 7월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되는 등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결국 부품업계는 정부에 3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요청했으며 정부는 부품업체에 우대보증 1조원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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